“롤러코스터, 형식 신선해 성공… 새롭지 않은 건 만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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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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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미디어 송창의 본부장

2006년 10월 케이블채널 tvN이 개국하면서 ‘종합오락채널’이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실현 가능성을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개국 직후 ‘19금’(19세 이상 시청 가능) 프로그램들을 집중 편성하며 국정감사에서도 선정성 논란을 지적받자 시청자들은 “역시 케이블은 어쩔 수 없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tvN은 지난해 시작한 오락 프로그램 ‘롤러코스터’가 ‘남녀탐구생활’의 인기에 힘입어 4%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숱한 화제를 낳고 지난달 29일 ‘막돼먹은 영애씨’가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100회를 맞으면서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tvN은 지난해 78%였던 자체 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중을 올해 85%로 늘릴 계획이다.

‘남자셋 여자셋’ 등을 만든 MBC PD 출신으로 개국 당시 tvN 대표로 영입된 뒤 2009년부터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창의 본부장(57·사진)을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tvN은 다채널을 운용하는 CJ미디어의 자회사로 출범했으나 지난해 11월 CJ미디어에 인수합병됐다.

―tvN 개국 당시와 비교해 케이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는가.

“당시에는 케이블 브랜드파워가 없어 섭외도 쉽지 않았고 시청자 인식도 안 좋았다. 4년쯤 지나니 많이 개선됐다. 이제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 외부 핑계를 댈 단계는 아니다. 지상파방송은 출연진에 의존하고 남녀노소 모두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케이블에서 그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출연자 한 명도 독특해야 하고 접근방식이 색달라야 한다.”

송 본부장은 인터뷰 중 캐나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한 말을 소개하며 “미디어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속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롤러코스터’도 지금 지상파에서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거의 다 같은 형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화해서 가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도 기존 방송과 달리 ‘6mm 카메라를 이용해 드라마를 찍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조명, 연기, 대본을 모두 6mm 카메라에 맞추다 보면 무언가 다른 것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tvN이 선보일 새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고 한다. 정통 드라마, 사극, 시트콤을 늘리고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교양제작팀을 신설했다. 여성 30명과 남성 한 명이 나오는 커플 매칭 쇼 ‘러브 스위치’도 3월에 방송한다. 과거에 방송했던 ‘끝장토론’의 새 버전인 ‘뉴끝장토론’도 시작한다. 지금 지상파의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라디오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뉴끝장토론’은 TV 매체의 속성을 활용해 안절부절못하는 토론자의 손, 얼굴 표정 등을 카메라가 ‘줌인’해서 잡으려고 한다.”

―정통 드라마는 ‘케이블적인’ 요소를 살리기 힘든 분야 아닌가.

“정극은 지상파와 차별화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미국의 ‘섹스 앤드 더 시티’가 정답이다. 케이블은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며 ‘재핑’해서 보는 만큼 이전 이야기를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송 본부장은 “후배들에게 ‘새롭지 않은 것은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고정관념을 들춰내면 새로운 게 있더라. 무엇 하나를 해도 새로운 것이 tvN의 브랜드 컬러”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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