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디서 본 듯한 2010 안방 오락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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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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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끌던 프로그램 이름값 미련 남아… 콘셉트-출연진만 일부 바꿔 식상… 시청률은 제자리걸음


올 들어 KBS2가 ‘미녀들의 수다’ 시즌2를 시작하고, SBS는 ‘절친노트’ 시즌3를 방송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SBS는 ‘패밀리가 떴다’ 시즌2를 이달 시작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각 방송사에서 인기가 높은 대표 예능 프로그램만 시즌제로 제작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인지도만 있으면 시즌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출연진과 포맷을 일부 바꿔 새 시즌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시청률이 더 낮아지거나 예전 수준에 머물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지난해 루저 발언으로 시청자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달 4일 시즌2를 시작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를 투입해 남희석과 공동 MC 체제를 만들었고, 외국인 미녀 게스트의 사담(私談)에서 벗어나 각국의 문화 차이와 한국 체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개편 첫 회 시청률은 6.8%(TNS미디어코리아)로 개편 전 마지막 회인 지난해 12월 21일(7.2%)보다 낮았다.

SBS에서 지난달 1일 처음 방송한 ‘절친노트3’도 상황은 비슷하다. ‘절친노트3’의 첫 회 시청률은 10.6%로 지난해 12월 25일에 방송한 ‘절친노트2’ 마지막 회(12.6%)보다 낮다. 절친노트는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사이가 어색한 연예인들을 초대해 앙금을 풀어주던 기존 포맷을 버리고 연예계의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MC들과 이야기하는 형식을 택했다.

KBS2 ‘상상더하기’는 2004년 11월 ‘상상플러스’로 출발해 중간에 프로그램 이름을 바꿔 시즌2까지 방송한 후 지난달 막을 내렸다. ‘상상플러스’는 우리말을 매개로 한 토크쇼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포맷 변화를 시도했다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끝내 폐지됐다. SBS ‘야심만만’은 시즌1이 큰 인기를 누리며 5년간 방송됐지만 형식과 MC를 일부 바꾼 시즌2는 1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새 시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시즌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힘들게 쌓아놓은 프로그램 브랜드 가치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절친노트’의 하승보 PD는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새 시즌을 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한 ‘출발드림팀 시즌2’의 KBS 박정미 CP는 “1999∼2003년 방송한 ‘출발 드림팀’과 비슷한 스포츠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완전히 다른 포맷이나 다른 제목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예전에 워낙 인기가 있었고 스타를 키워내기 좋은 형식이라 시즌2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 비평가들은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가장 성공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KBS2 ‘해피투게더’는 현재 시즌3까지 나왔지만 매번 포맷을 100% 바꿨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보기 힘들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새 시즌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존 콘셉트가 낡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콘셉트만 약간 바꾸는 시즌제가 남발되면서 이제 시청자들이 시즌2, 시즌3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시청률 상승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에서는 큰 변화를 싫어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콘셉트만 약간 바꾸려는 보수적인 제작 관행 때문에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며 “초반에 반짝 관심을 받고, 이후에도 시청률이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어떻게든 유지는 되지만 사실상 ‘연명’하는 것이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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