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의 후예’ 의 이범수 “섹시한 나의 몸, 나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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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7시 00분


‘슈퍼 히어로’ 몸 만들기 행복한 고통, 샐러드식사·지루한 트레이닝·액션 훈련

영화에서 가급적 대역을 쓰지 않으려고 고집한다는 이범수는 “그래야 스토리의 긴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며 모든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김종원 기자|won@donga.com
영화에서 가급적 대역을 쓰지 않으려고 고집한다는 이범수는 “그래야 스토리의 긴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며 모든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김종원 기자|won@donga.com
배우 이범수는 줄곧 ‘몸’에 대해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펼쳐든 한 남성 패션지 속 화보 속에서 이범수는 남자의 몸으로서는 최상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그러기까지 얼마나 성실한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왜 그래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줄곧 얘기했다.

11월26일 개봉하는 영화 ‘홍길동의 후예’(감독 정용기·제작 시오필름)는 이범수가 몸에 관해 말한 것들이 배우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 무대다. 홍길동의 후손들이 21세기 악에 맞서 펼치는 정의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속에서 이범수는 일종의 ‘한국형 슈퍼히어로’다.

그런 만큼 그는 스크린에서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몸무게도 3∼4kg 줄인 뒤 날렵한 몸매를 만들어냈다.

“기왕이면 대역을 쓰지 않고 내가 다 하려 노력했다”는 그는 “그래야 스토리의 긴장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건 또 다른 의미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몸만들기는 행복한 고통”이라고 표현하는 이범수는 “몸을 날카롭게 만들려면 굶어야 했다”면서 그 “행복한 고통”의 일단을 드러냈다. “샐러드 위주의 식사, 계속되는 웨이트 트레이닝, 거기에 액션 연기 훈련까지 삼중고였다. 액션 훈련만 두 달을 했다. 촬영하면서도 틈틈이 훈련했다.”

- 몸만들기는 꽤 오래 한 것 같다.

“1년 6개월 정도?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킨 뒤 10분,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 것과 같다. 그런 기분으로 계속 지내야 한다. 하하! 지금은 그래도 하루 1끼 정도는 반공기의 밥을 먹게 돼 다행이다. 처음 두 달 동안에는 밥을 먹으면 안됐다.”

- ‘홍길동의 후예’에서는 슈퍼 히어로다.

“극중 바디 슈트를 입는다. 다들 예쁘다고 한다. 영화는 내 몸매를 드러내는 걸 요구한다. 난 거기에 부응할 뿐이다. 그리고 그게 즐겁다.”

-그렇게 만든 몸을 거울로 들여다보나.

“웨이트 트레이닝은 지루하지만 결과가 확실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기분을 느끼는 거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배의 ‘왕’(王)자가 선명해지더라. 신기했다. 지금도 더 좋은 몸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얼굴에 체지방이 너무 없어져 겁이 나기도 한다. 다음 영화에서도 내 몸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웃음)

- 스스로 섹시하다고 느낄 때가 있나.

“그렇다. 하하! 팬들이 그렇게 말한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남성적인 내 모습을 바탕에 깔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모습이 더해진다.”

- 남자의 섹시함이란 뭘까.

“성실성이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성실함 말이다. 또는 책임감과 긴장감이기도 하다. 몸 역시 마찬가지다. 나를 성실하게 투자하는 거다. 연주할 때 기타줄을 조이고 또 쉴 때에는 줄을 풀어놓는 것처럼.”

- 최근 들어 나이 어린 여배우들과 작업한 영화가 많았다.

“남자배우라면 멜로 영화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데, 남자배우로서 여성 관객에게 설렘과 숨막힘을 주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 숨막힘?

“설레니까 숨이 막히고 가슴을 졸이게 되는 것 말이다. 이제 2010년이면 난 배우로서 제2라운드의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 제2 라운드의 삶이라.

“데뷔할 때 내 모습 혹은 이미지와 지금은 현격하게 다르다.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가열차게 달려온 보람. 나처럼 변화의 폭이 넓은 배우도 없지 않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주연급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배우들도 대단하지만 그에 비해 난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왔다. 30만원짜리 단역부터 시작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포지션을 갖게 된 게 기쁘다. 그게 1라운드였다면 이젠 2라운드의 시작이다. 그래서 내 모습이 더 기대된다. 거기에 맞게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가 되는 것인데 항상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그럼 이룰 건 이제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다. 배우는 관객과 이야기 나누고 뭔가를 공유한다. 사랑이든, 인생이든. 그런 모습에 박수와 격려를 받는다. 그래서 배우는 팬들과 함께 가는 거다. 이젠 배우의 사회적 역할로 기여하고 싶은 게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공헌이든, 환원이든, 뭐든, 이바지하고 싶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든.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봐주는 사람도 있어야 배우도 완성되는 것이다. 봐주고 반응하는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들에게 기여할 수 있기 위해 이제 뭘 갖춰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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