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토크쇼, 막말-사생활 폭로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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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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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샴페인’의 은지원 “젝키 여자킬러는 강성훈”○ MBC ‘세바퀴’의 한채아 “결혼하면 남편이 목욕을…”○ SBS ‘자기야’의 신재은 “자는 남편 몸매 탄력없어”

《지상파 3사 예능 토크 프로그램의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KBS2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샴페인),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자기야) 등 토크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마다 10∼20명의 연예인이 나와 서로 물어뜯으며 입담을 뽐낸다. 출연자가 여럿인 만큼 짧은 시간에 주목을 받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폭로전을 펼치기 일쑤다. 다수의 출연자 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제 연예인이 실제 나이를 공개하거나 과거 연애담을 고백하는 정도는 식상할 지경이다. 남을 깎아내리거나 공격하고, 부부간 은밀한 사생활조차 거침없이 털어놓을 만큼 폭로의 수위가 높아졌다.》

○ 수위 넘은 입담

20일 SBS ‘강심장’에서 배우 박예진은 “신인시절 드라마 촬영 도중 강제 하차당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 뒤 그 PD는 하는 것마다 망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배우 서유정은 “지금까지 2명의 연예인과 사귀었는데 모두 나와 헤어지고 나서 최고 배우가 됐다”면서 궁금증만 불러일으켰다. 그는 같은 이야기를 23일 SBS ‘절친노트2’에서 반복했다.

21일 MBC ‘라디오 스타’에서는 MC 김구라가 “윤계상이 ‘god’ 활동 시절 멤버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를 문희준에게서 들었다”고 공개했다. 24일 방송한 ‘세바퀴’에서 배우 한채아가 “결혼하면 남편이 목욕을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개그맨 김현철은 “남편이 생길 때까지만 대신하면 안 될까”라고 응수했다. 같은 날 ‘샴페인’에서 가수 장나라는 “섹시 코드를 강조한 신인 시절, ‘뽕’을 과도하게 넣어 가슴이 네 개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잡담 넘어 험담

24일 ‘샴페인’에서 그룹 ‘젝스키스’ 출신인 은지원은 ‘젝스키스는 여자 킬러 전문 연예인’이라는 당시 루머에 대해 ‘여자 킬러’는 멤버 강성훈이었다고 폭로했다. 이날 방송에서 방송인 붐은 “가수 홍경민이 산에서 나무를 팰 때도 번쩍거리는 ‘은 갈치 양복’을 입고 폼 잡는 걸 봤다”고 말했다.

SBS ‘강심장’의 13일 방송에서 방송인 현영은 “솔비가 화보를 내면서 포토샵으로 몸매를 깎았다”고 밝혔다. 6일에는 가수 솔비가 팝 아티스트 낸시랭에게 “정확한 직업도 모르겠는데 자꾸 방송에 나온다” “아직도 집에 안 갔느냐”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 부부간 은밀한 생활까지


SBS ‘자기야’는 결혼 뒷이야기, 스킨십, 생리현상 등 연예인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프로그램이다. 24일 방송에서 신재은은 “남편(조영구)이 잘 때 팬티만 입고 잔다. 널브러져 자는 걸 보면 몸에 탄력이 하나도 없다. 더는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노력하고 있다. 자다가 가스를 뿡뿡…부부관계에 무드도 없고 신비감도 없다”고 말했다. 루미코도 “(남편 김정민이) 눈앞에서 가스를 방출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며 팬티만 입고 잔다”고 말했다.

이승신은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김종진)이 “넌 내 와이프 될 자격이 없어”라고 한다고 토로했고, 김지연은 남편(이세창)이 자기 얘기를 잘 안 듣다가도 “가슴 큰 여자들이 TV에 나왔다고 하면 반색하며 돌아본다”고 했다.

같은 날 방영한 ‘세바퀴’에서 “이혼 위기가 있었지만 대화로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조혜련에 대해 MC 김구라는 “전날 밤 (부부간의) 일을 자꾸 나에게 이야기한다”고 쏘아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현희 팀장은 “요즘 토크 프로그램은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스꽝스럽게 포장한 사담이 주류를 이룬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 번 웃고 말 이야기가 지상파에 등장하니 ‘왜 저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프로그램 사이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연예인들이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자 달려드는 꼴”이라며 “시청자를 의식해 조심하기보다는 주목을 받는 데 몰두한 나머지 토크 프로그램이 ‘노이즈 마케팅’의 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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