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 그녀들이 뜨는 3가지 힘은…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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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에서 고현정 김혜수 채시라(왼쪽부터) 등 중년 여배우들이 주연을 꿰차고 있다. 이들은 20대 못지않은 외모와 원숙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MBC SBS KBS
최근 드라마에서 고현정 김혜수 채시라(왼쪽부터) 등 중년 여배우들이 주연을 꿰차고 있다. 이들은 20대 못지않은 외모와 원숙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MBC SBS KBS
■ 지상파3사 드라마서 잇단 주연

탄탄한 연륜 쌓인 연기의 힘
여성 리더십 확산 사회의 힘
TV시청 주도하는 중년의 힘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38), KBS2 ‘천추태후’의 채시라(41), SBS ‘스타일’의 김혜수(39)….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에서는 공통적으로 중년에 접어들어 방송계에서 ‘큰언니’로 불리는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있다. 14일 시작하는 KBS2 ‘공주가 돌아왔다’의 주연도 황신혜(46)와 오연수(38). 과거에도 중년 여배우가 주연을 맡아 높은 시청률을 올린 적이 종종 있었지만 지상파 3사의 인기 드라마 주연을 일제히 40대 안팎의 여배우들이 꿰찬 것은 이례적이다.

○젊은 배우 ‘발 연기’, 이제 그만

방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한류 바람을 타고 연기력 부족한 젊은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쏟아진 데 대해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낀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일부 젊은 배우들의 부족한 대사 전달력과 어색한 표정 연기에 대해 ‘발로 연기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는 신조어 ‘발 연기’도 생겼다.

중년 여배우의 부상(浮上)은 여배우들이 30대를 넘어서면 ‘한물갔다’고 느끼던 시대가 지나고 연륜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KBS 이응진 드라마국장은 “겹겹이 쌓이는 나이테는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데 그동안 방송시장에서는 외모 선호주의 때문에 여배우에게 조로(早老)를 강요한 측면이 강했다”며 “연기의 맛은 연륜이 쌓인 감정 표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또 40대에 접어든 여배우가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외모를 갖게 된 점도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TV 속 여성 리더, 어색하지 않아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것도 중년 여배우 활약의 원인이다. 드라마에서 40대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매력적인 캐릭터를 묘사할 수 있게 된 것. 과거 중년 여배우에게는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 또는 유부남과의 로맨스를 즐기는 ‘기혼 여성’ 역할만 주어졌다. 이에 비해 최근 리더십을 지닌 여걸(채시라 고현정) 또는 카리스마 넘치는 커리어우먼(김혜수 황신혜)이 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여성이 결혼이 늦어지고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30, 40대 여배우들이 맡을 배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TV 멀리해

인터넷 발달로 젊은 세대의 TV 시청이 줄고 중장년 여성이 주요 시청층이 된 것도 ‘큰언니’들의 활약에 부채질을 했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KBS ‘천추태후’의 8월 평균 시청률은 10, 20대 여성에서는 4%대에 머물지만 30대 여성 9.8%, 40대 여성 10.1%, 50대 여성 11.5%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올라간다. MBC ‘선덕여왕’도 30대 여성의 8월 평균 시청률이 33.7%로 전체 연령·성별 시청률 가운데 가장 높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TV 시청권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 여성들은 20대 사랑 이야기보다 자신들의 감성에 맞는 30,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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