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1000만 영화의 공식

  • 입력 2009년 8월 26일 17시 06분


◆1000만 영화의 공식

(박제균 앵커)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을 넘는 '1000만'이라는 숫자. 영화에서는 꿈의 숫자로 불립니다. 작품성과 마케팅 전략, 입소문 등 모든 요소를 갖춰도 결정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으면 닿기 힘든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김현수 앵커) 문화부 염희진 기자와 함께 꿈의 숫자에 도달한 영화의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염 기자,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뭐가 있나요?

(염희진 기자) 네,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건 일종의 기현상으로 불리는데요.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그런 영화가 다섯 편이 있었습니다. 2003년 개봉한 '실미도'가 첫 1000만을 기록한 후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왕의 남자', 2006년 '괴물'에 이어 최근 한국 영화 '해운대'가 주인공이 됐는데요. 해운대에 불어 닥친 지진해일을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는 총 100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현재까지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모두 한국영화인데, 그렇다면 외국영화는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없습니까?

(염 기자) 네, '1000만 영화' 공식의 첫 번째는 한국영화라는 겁니다. 외국 영화 가운데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한편도 없습니다.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 '트랜스포머'의 관객 수도 744만 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1000만 명의 한국인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를 담아야 합니다.

두 번째, 1000만 영화들은 대부분 '족(族)', 그러니까 피가 통하는 어떤 무리에 호소하고 있는 특징도 있습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분단 상황이 빚은 '민족'의 비극을 다뤘습니다. '괴물'과 '해운대'를 관통하는 정서는 '가족'이었습니다. 민족 아니면 가족, 둘 중 하나의 '핏줄'을 걸쳐야 국민적인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 1000만 관객을 넘은 다섯 영화 모두 12세 이상 혹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노린 것도 특징입니다. '1000만 영화'는 성별에 따른 선호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남녀노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봤다는 뜻이죠.

(김 앵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염 기자) 네, 네 번째 공식은 불가항력적인 힘에 당하는 소시민이 있다는 점입니다. 인기 TV 드라마에 재벌 2세가 꼭 나오죠. '1000만 영화'는 드라마와 반댑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 형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뛰어들고 '실미도'에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을 억압합니다. 한강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괴수를 그린 영화 '괴물'에서는 환경오염이, '해운대'에서는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자연재앙이 소시민의 삶을 헝클어뜨립니다. '왕의 남자'는 하층민인 광대들의 삶을 다뤘습니다.

(박 앵커) 그런데 해운대는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보면 기존의 다른 1000만 영화들과 좀 다른 것도 같습니다.

(염 기자) 네, 이번 '해운대'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흥행의 최고 요소로 겨냥한 점과 천재지변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것이죠.

다른 1000만 영화와 달리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갑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이은 주 씨가 진태의 약혼녀 영신을 연기했고, '괴물'에도 양궁선수 남주역을 맡은 배두나 씨와 괴물에 잡혀가는 현서가 있었죠. 하지만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역은 아니었습니다. 장동건, 원빈 형제와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 송강호 씨가 중심이었죠.

반면 '해운대'는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와 연희를 사랑하는 만식이 줄거리의 축을 이뤘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재난을 맞고 이겨내는 지에 초점이 맞춰졌죠.

(김 앵커) 해운대처럼 새로운 '1000만 영화 공식'을 써내려갈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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