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캐프리오 ‘꽃미남’ 이미지 벗었다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러셀 크로(왼쪽)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기용해 만든 ‘바디 오브 라이즈’.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러셀 크로(왼쪽)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기용해 만든 ‘바디 오브 라이즈’.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바디 오브…’서 탄탄한 연기 돋보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4)는 역설적으로 잘생겨서 손해 봤던 배우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 ‘타이타닉’(1997년)에서 빼어난 외모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연기는 화제가 되지 못했다.

23일 개봉하는 ‘바디 오브 라이즈’는 배우 디캐프리오의 귀환이라고 할 만한 영화다. 덥수룩한 수염과 사나운 표정은 ‘디파티드’(2006년)나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년)에서 이미 보여준 것. 하지만 억지로 드센 척하는 꽃미남의 어색함이 사라진 건 처음이다.

이 영화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로저 페리스(디캐프리오)가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CIA 간부로 나온 공동주연 러셀 크로의 연기에는 ‘인사이더’(1999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강력함이 없다.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디캐프리오의 독기. 몸에 박힌 전우의 뼛조각을 추려 담는 그의 얼굴에서 앳된 청춘스타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디캐프리오는 원래 외모보다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였다. 19세 때 ‘길버트 그레이프’(1993년)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때의 명민한 눈빛을 기억하는 팬에게 ‘바디 오브 라이즈’는 반가운 선물이다.

‘퀵 앤 데드’(1995년)에서 처음 만난 크로가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반면 그는 ‘타이타닉’ 이후 오랜 조난을 겪었다. 1999년 ‘아이언 마스크’는 미국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라즈베리상의 조롱을 받있다. ‘비치’(2000년),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년) 등은 흥행과 비평에 잇달아 실패했다.

‘갱스 오브 뉴욕’(2002년)의 어색한 콧수염처럼 스크린에서 겉돌아 온 디캐프리오는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새 영화에서 개에게 물리는 장면을 뺀 거의 모든 장면에서 대역 없이 액션 연기를 했다. 어렵게 배웠다는 아랍어 연기도 눈에 띄는 부분. 영화 말미에서 크로가 “이제 피부 태울 일 없겠다”고 농담을 걸지만, 뽀얗던 옛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검게 탄 얼굴이 자연스럽다.

‘바디 오브 라이즈’의 감독은 노장 리들리 스콧(71). 월스트리트저널 중동담당 기자였던 소설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동명 원작을 썼다. 스콧 감독은 이 영화에 그가 불러 모을 수 있는 최정예 인력을 동원했다. 러셀 크로는 2000년 ‘글래디에이터’ 이후 스콧 감독 영화에 4번째 출연이다. 각색과 편집은 각각 ‘디파티드’와 ‘블랙 호크 다운’으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쥔 윌리엄 모나한과 피에트로 스카이라가 맡았다.

이 작품은 내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을 노린 인상을 주지만 CIA를 비판하는 스토리는 신선하지 않다. CIA와 미국에 환멸을 느껴 중동의 민간인으로 남는 페리스의 모습은 서구 중심적 세계관을 반성했던 ‘킹덤 오브 헤븐’ 결말의 익숙한 변주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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