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너 단어자체가 病名 아닌데 광우병과 무리하게 연결”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PD수첩 “오해의 소지 유감” MBC ‘PD수첩’은 24일 방영된 ‘쇠고기 추가협상과 PD수첩 오보 논란의 진실’에서 “(4월 29일자 방영분에서) 또박또박 번역하지 않거나 의역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지만 전체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번역을 감수한 정지민 씨는 25일 PD수첩 게시판에 “제작진이 다우너와 광우병을 연결시키면 왜곡이라고 지적했고 번역은 문제없었다”고 반박했다. MBC TV 화면 캡처
PD수첩 “오해의 소지 유감” MBC ‘PD수첩’은 24일 방영된 ‘쇠고기 추가협상과 PD수첩 오보 논란의 진실’에서 “(4월 29일자 방영분에서) 또박또박 번역하지 않거나 의역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지만 전체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번역을 감수한 정지민 씨는 25일 PD수첩 게시판에 “제작진이 다우너와 광우병을 연결시키면 왜곡이라고 지적했고 번역은 문제없었다”고 반박했다. MBC TV 화면 캡처
PD수첩 번역자 글 폭발적 관심 PD수첩 인터넷 게시판에는 24일 방영된 PD수첩의 오보 논란에 대한 해명을 둘러싸고 25일 수많은 찬반 의견이 대립했으며 정지민 씨가 이날 올린 글은 1만6000여 건(오후 11시 현재)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관심을 불렀다. PD수첩 게시판 화면 캡처
PD수첩 번역자 글 폭발적 관심 PD수첩 인터넷 게시판에는 24일 방영된 PD수첩의 오보 논란에 대한 해명을 둘러싸고 25일 수많은 찬반 의견이 대립했으며 정지민 씨가 이날 올린 글은 1만6000여 건(오후 11시 현재)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관심을 불렀다. PD수첩 게시판 화면 캡처
■ PD수첩 영어번역자 정지민씨 오역논란 반박

“광우병 위험성 강조하려는 의도로 제작

PD수첩에 확대해석 말라고 분명히 얘기

논란 불거지자 오역이라 해명 어이없어”

《4월 29일 방영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일부 번역과 감수를 맡은 정지민 씨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다우너 소는 광우병과 엄청난 간격이 있기 때문에 ‘쓰러지는 소’ 정도로 의역하고 싶었다”며 “다우너라는 표현 자체가 구체적 병명도 아니고 단순히 걷지 못하는 살아 있는 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씨는 “(다우너 소와 광우병 소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당시 번역 감수를 할 때 함께 작업한 PD수첩 측(보조 작가)에 말했으나 그 작가가 PD들에게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인 그는 “어릴 때 영어권에서 성장했으며 국내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고, 곧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떠날 것”이라며 “방송 프로그램 번역 일은 7년 정도 했고 MBC 번역 작가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다우너라는 표현은 병명도 아니고, 단순히 걷지 못하는 살아 있는 소를 지칭한다. 나이가 많거나 힘이 없거나 병에 걸린 것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그래서 ‘쓰러지는 소’로 의역하고 싶었다. 물론 광우병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다우너라는 표현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다우너와 광우병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쓰러진다고 다 광우병이라고 볼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게다가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은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동물에 대한 잔혹행위를 고발하는 단체로 미국에서도 이들이 찍은 동영상을 보고 광우병에 대한 우려보다는 일차적으로 잔인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다우너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더라도 일단 걷지 못하는 소 내지는 쓰러지는 소라고 정의하고, 그 다음에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 주제가 광우병이고,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게 제작진의 의도였으니 연결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우너=광우병이 아닐까’는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있겠지만 두 가지를 연결할 때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했다.”

―프로그램 번역을 감수할 때 번역과 방송 자막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vCJD(인간광우병)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라는 말을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번갈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다우너 소의 동영상이 나온 뒤) 주저앉는 젖소(dairy cow)를 ‘이런 소’라고 넘긴 것은 함께 일했던 그 작가가 ‘이런 소’라는 표현을 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감수 과정에선 문자 그대로 ‘젖소’라고 분명히 말했다.”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프로그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확실치 않다는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

“감수 과정까지는 사인이 확실치 않다는 게 전체적 맥락상 자명하게 드러나리라고 여겼기에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 부검 전인데, 그걸 바로 인간광우병으로 연결하는 시청자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그건 내 착오였다. 나는 편집본의 영어 부분을 봤을 뿐 사회자의 진행 멘트나 일본, 한국 쪽 자료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몰랐다.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떤 차례로, 어떤 분위기로 하느냐에 따라서 시청자가 받는 인상과 결론은 많이 다를 수 있다.”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을 본 뒤 느낌은 어땠나.

“취재한 자료는 방대한데 그것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건 어느 방송이든 쉽지 않지만 최대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수반해야 한다고 본다. 제작진은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그 의도의 좋고 나쁨을 가리자는 건 아니지만 문제의식을 느낄 정도로 디테일이 희생됐다. 제작진은 영어 번역을 번역가에게 100% 의존하는데 (오보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오역 의역이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PD수첩 그간 보도과정

“퇴행성 뇌질환, 인간광우병 의심” → “美질병센터 발표 새로운 것 없어”

‘PD수첩’은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서 광우병에 대한 문제를 처음 다뤘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퇴행성 뇌질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아레사 빈슨 씨의 사례를 소개한 뒤 빈슨 씨 가족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인간광우병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가 고발한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도축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광우병 소들이 도축되고 있는 현장인 것처럼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빈슨 씨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vCJD(인간광우병)’ 등으로 용어를 혼동했는데도 사인이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된다고 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PD수첩은 5월 13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편에서 미국 쇠고기의 월령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이와 함께 빈슨 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미국 농무부 차관의 발언(5월 5일)을 소개하면서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공식 발표가 있어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9일 언론중재위원회는 PD수첩의 4월 29일 방영분에 대해 사실상 정정 및 반론보도를 하라고 직권 결정했다.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고 빈슨 씨의 사인이 광우병이 아닌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이달 12일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밝히자 PD수첩은 17일 방송 도입부에서 “이 발표는 5월 미 농무부의 중간발표와 같고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이 왜곡 과장 보도를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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