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내면서 위기라니…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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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 앞뒤 안 맞는 주장

《지상파 방송의 직능 단체 모임인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6일 중간광고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급성장에 따라 지상파 방송이 수년간 ‘극심한 재원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들은 경영 위기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해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기가 힘들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상파 방송의 논리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발표된 방송위원회의 ‘2007년 방송산업실태조사’를 보면 2004년 이후 지상파 3사의 총매출과 광고 매출은 증가 내지는 현상 유지하고 있고 순이익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극심한 위기’는 과장된 엄살이라는 것이다. 》

▽지상파 방송의 손익계산서=방송위의 ‘방송산업실태조사’를 보면 지상파 방송사는 2004년 이후 꾸준히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는 2004년 656억 원을 비롯해 2005년 418억 원, 2006년 333억 원 등 총 1407억 원의 흑자를 냈다. SBS는 2004년 359억 원, 2005년 386억 원, 2006년 554억 원(총 1299억 원)의 흑자를 내 흑자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KBS의 경우도 2004년 638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2005년 576억 원, 2006년 242억 원 흑자를 냈다.

또 지상파 방송은 광고시장 점유율이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매년 줄고 있지만 절대 액수로 보면 2006년 2조4686억 원으로 2005년 2조4175억 원에 비해 2.8% 상승했다. 2004년 2조5003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현상 유지는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 수치는 지상파 방송사의 케이블 채널 수입은 배제한 것이다.

▽중간광고로 인한 광고 수입 증가는 연간 400억 원?=지상파 방송업계는 중간광고로 증가하는 광고 수입이 연간 총 4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역시 비슷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 방송광고개선 소위원회가 외부 용역을 통해 산출한 액수는 60분짜리 프로그램에 30초간 중간광고를 한 차례 허용할 경우 최소한 1700억 원에 이른다.

지상파 방송업계의 주장대로 중간광고 허용으로 얻는 수입이 400억 원에 불과하다면 지금처럼 무리하게 중간광고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총제작비(24부작)가 400억 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중간광고 수입은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수준에 그쳐 중간광고 시행의 명분인 고품격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경영 위기는 광고 수입의 증대가 아니라 내부 혁신과 경영 합리화로 풀어야 한다”며 “중간광고 추진은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자 복지를 훼손해 가며 미리 보험부터 들어 놓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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