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배역… 복잡한 연기… 실험 실컷 했죠”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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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의 주연 배우 강동원의 인터뷰 현장. 먼저 사진 촬영이 진행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들이 “9등신” “완전 순정만화 비주얼”이라며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그는 ‘꽃미남’만은 아니다. 작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의 사형수 역할로 배우로서 위치를 다졌고 이번에는 이명세 감독의 ‘M’에서 누군가 자신을 자꾸 쳐다보는 느낌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찾아 간 술집 ‘루팡바’에서 첫 사랑인 미미(이연희)를 만나는 소설가 한민우 역할로 혼란스러운 내면을 표현하는 복잡한 연기를 해냈다. 가장 ‘핫’한 스타이면서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잘나가는’ 그에게 일부러 박박 긁는 질문만 골라서 해봤다. 딴죽을 거는데도, 그는 걸리지 않았다.

○ 영화가 너무 어렵다고? 내레이션이 힌트죠

―‘M’에선 하나도 안 잘생겨 보인다.(그는 뿔테 안경에 시종일관 인상을 찌푸리고 나온다.)

“감독님은 오히려 섹시한 모습을 주문하셨지만 처음에 민우의 콘셉트를 잡을 때 바에 팔짱끼고 앉은 찡그린 얼굴을 생각했다. 영화 처음부터 인물이 힘든 상태라 웃지도 않고 해서 그런 것 같다.”

―영화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줄거리만 보면 TV 단편 드라마밖에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그러나 그렇게 실험적인 건 아니다. 감독님은 이미 ‘형사-듀얼리스트’에서 실험을 다 하셨고 이번엔 완성한 것이다. 내레이션을 잘 들으면 친절히 설명해 주는 부분이 많다. 오히려 실험은 내가 했다.”

―그래서 말인데, 갑자기 연극적으로 변하는 연기가 ‘오버’ 같기도 하다.(영화에선 일식집 장면이 4번이나 나오는데 민우가 일상적으로 대화하다 갑자기 소리를 질러 코미디 분위기로 돌변한다.)

“실제라면 ‘오버’지만 그게 상상 혹은 민우가 쓰는 소설 속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 그렇지 않다. 일식집 장면에서 출판사 편집장이 다금바리 회를 주문하자 겉으로는 내색 안 하지만 반복되는 장면에서는 “나는 도다리가 더 좋아!”라고 외친다. 이건 속으로 하는 생각이니까 연기를 극대화하는 것이다.”(영화에서는 현실과 꿈과 소설 속 이야기가 계속 교차된다.)


▲ 동영상 촬영 : 염희진 기자

○ 팬서비스에 인색하다고? 언론 피해다니다 보니…

―지나치게 모습을 안 드러낸다. 팬 서비스에 인색한 거 아닌가.

“언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한 말이 거두절미되니까. 이제는 말을 하고 나면 기사 제목이 머릿속을 싹 스쳐간다. 공식석상에서는 ‘기본’만 하려고 한다. 연기 잘했다고 칭찬을 받아도 불안하다. ‘늑대의 유혹’ 때, 나는 계단 하나씩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20계단을 올려주시더라. 기대치가 높아진 거다. 그러다가 내가 성격이 공격적이다 보니(그는 자신을 ‘육식동물’이라고 표현했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생기고 그때마다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 40계단을 내려가게 됐다. 팬들에겐 미안해서 이번엔 오락 프로그램 출연도 고려했는데 결국 안 하기로 했다.”

○ 남자들한테 인기 없다고? 사실은 의리파인데…

―솔직히 남자들은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의 나는 의리파다. ‘남녀 간 친구는 안 된다’는 주의라 주변엔 온통 남자들뿐이다. 언젠가는 남자 팬을 만들 거라는 도전 정신도 있다.(웃음)”

정말 모르겠다. 그는 겸손하지만 사실은 자신감이 대단하고, 어눌한 듯하면서 할 말은 다 했다. 유럽풍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파스타 같은 건 못 먹어서’ 점심으로 소머리국밥을 그곳으로 배달시켜 먹는 경상도 남자이면서 해외 컬렉션에서 신인 디자이너를 스스로 발굴하기를 즐기는 패션 마니아. 요리의 달인으로 “탕수육을 만들 때는 튀김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자상한 사람이면서 “나는 타협을 몰라서 언젠가는 부러질 날도 올 것”이라는 고집쟁이. 정체를 알 수 없다. 영화 ‘M’처럼.

영화 ‘M’은?

내레이션을 인용하자면 ‘잃어버린 것이 우연처럼 되돌아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이미지 놀이’다. 이미지는 흔들리고, 명멸하고, 물과 거울 유리를 통해 변형되고 반사된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소리는 일그러지고 뒤틀린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루팡바, 그리고 그곳에 이르는 음침한 골목길, 두 연인이 앉아 있는 파란 바다와 백사장….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에서 원하는 게 ‘스토리텔링’이라는 건 이 영화가 안은 부담이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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