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작 편수 108 → 올해 제작 목표 80 ‘영화 다이어트’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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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들의 개봉이 줄을 잇고 있지만 한국 영화는 한 주 평균 한 작품 정도. 3월 둘째 주에는 한국 영화가 한 편도 개봉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같은 장르의 한국 영화들이 같은 날 맞붙은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영화계에서는 올해 한국 영화 제작편수를 80편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108편으로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00편을 넘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대략 20편 정도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감독 배우 스태프 모두 ‘제작비 절감’을 외치고 있다. 2007년 3월. 충무로에는 다이어트 바람, 이른바 ‘다운사이징’ 열풍이 일고 있다.

● 배급·마케팅-VIP시사회 제작 보고회 생략도

현재 배급사들의 한국 영화 라인업은 4, 5월까지 공개된 상태. 이는 대부분 지난해 제작에 들어간 작품들이다. 쇼박스는 ‘뷰티풀 선데이’(29일) ‘날아라 허동구’(4월 26일) ‘만남의 광장’(5월 10일)을, CJ엔터테인먼트는 ‘이장과 군수’(29일), ‘동갑내기 과외하기2’(4월 19일)를 배급할 예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우아한 세계’를 다음 달 5일 배급하지만 현재 5월 스케줄은 잡히지 않은 상태. 롯데시네마 이경헌 배급팀장은 “그보다 올해 하반기 라인업이 현재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배급사들은 마케팅 공정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14일 개봉한 영화 ‘쏜다’는 VIP 시사회를 아예 열지 않았고 ‘날아라 허동구’, ‘만남의 광장’은 제작 보고회를 하지 않고 있다.

● 제작 현장-주연배우들 몸값 “줄여 줄여”

제작비 절감의 첫 번째 대상은 바로 주연배우들의 ‘몸값’. 쇼박스 김태성 부장은 “현재 배우들은 자신의 개런티에서 50%만 받고 나머지는 흥행 성적에 따라 받는 ‘러닝개런티’ 형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인 ‘헨젤과 그레텔’의 주연배우들 개런티는 전체 제작비의 1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이 영화 제작사 ‘바른손’의 서우식 이사는 “개런티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회차(영화 촬영 횟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촬영에 들어간 백윤식 임하룡 주연의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50회차를 계획했으나 40회차로 줄였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20억 원 수준. 평균은 25억∼30억 원 수준이다. 영화 제작사 미디어 아지트의 부덕현 PD는 “배우, 스태프가 합심해 3년 전 개런티 수준으로 받았으며 보조출연자를 50명에서 30명 선으로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투자사들 앞다퉈 투자계획 축소 조정

지난해 20편의 영화에 투자를 했던 투자사 ‘아이벤처투자’는 올해 현재까지 단 한 편의 영화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박경필(영상투자자협의회 회장) 상무는 “지난해 108편 제작으로 공급 과잉에 따라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라며 “현재는 어떤 투자 방법이 적절한지, 적합한 수익구조는 어떤 것이지 시나리오를 보며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KM컬처 영화사업본부 방추성 상무도 “올해 8편의 영화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4∼6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말하는 국내 영화시장 적정 편수는 60편. 이들은 “100편이든 60편이든 1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는 20편 정도”라며 “제작 편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 상무는 “무조건 비용을 줄이려는 것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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