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가 취재원 음성 조작”…7개월간 진실게임 계속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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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구내매장에서 신용카드로 비싼 물건을 산 것처럼 꾸며 현금을 챙긴 속칭 ‘카드깡’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경찰-방송사, 방송사-방송사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는 “카드깡의 수익금이 경찰 최고위층의 활동비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MBC를 상대로 9억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며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KBS가 27일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MBC가 인터뷰를 조작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MBC 보도 조작됐다”=KBS는 이날 MBC의 보도에 등장한 2명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해 10월 23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카드깡 소개업자 이모 씨와 경찰 직원 등 5명의 증언을 음성 변조해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음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씨와 경찰 직원이 같은 사람으로 확인됐다는 것.

KBS가 음성 분석을 의뢰한 한 전문기관도 이 씨와 경찰 직원이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KBS는 MBC 취재기자가 “이 씨와 경찰 직원은 같은 사람으로 수사 과정에서 직접 카드깡을 한 현직 경찰”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증언자는 카드깡과 무관한 인물”=서울청은 MBC의 보도 직후 구내매장의 전자제품 판매점 업주 원모(48·여) 씨가 카드깡 소개업자 이모(50) 씨와 짜고 1년 5개월간 1억5000여만 원을 허위 결제해 600여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2003년 7월 이후 발생한 매장 수익금을 전액 적립하고 있어 경찰 최고위층이 수익금을 활동비로 썼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MBC 보도에서 이 씨나 경찰 직원으로 소개된 인물은 김모(47) 씨로 카드깡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인터뷰에 응했으며 MBC 기자 역시 처음부터 김 씨가 경찰이 아닌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MBC 기자가 카드깡을 한 정모(47) 씨를 취재하면서 경찰이라고 속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누가, 왜?=경찰은 지난해 7월 유모 경위 등 2명이 ‘서울청 김모 계장이 진급하기 위해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서울청 경무부장에게 각각 5000만 원씩을 건넸다’고 허위 투서한 사건이 MBC의 카드깡 보도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BC와 인터뷰한 김 씨는 유 경위 측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또 유 경위 등이 무고한 김 계장은 구내매장 관리 책임자로 MBC 보도 이후 좌천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등은 지난해 12월 무고 혐의로 구속됐는데 왜 허위 투서를 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사건 배후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4, 5월 두 차례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MBC 기자를 먼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MBC 기자는 현재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MBC 측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보자 한 사람의 목소리를 두 사람의 것인 양 음성을 변조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하지만 방송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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