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뻔한 법칙들 “맞다 맞아”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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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사랑하는 연인은 남매였다. 라이벌은 형제 사이였다. 숨겨진 혈연관계! 수많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흥행 코드다. 국내 드라마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장면들, 누리꾼들이 정리한 일명 ‘한국 드라마의 법칙’(위 예시 참조)도 있다. 왜 이런 법칙이 존재할까?

○ 드라마 PD들이 말한다

새로운 기법이 아닌 기존의 표현기법을 이용하는 상투적 표현을 ‘클리셰(clich´e)’라고 부른다. 한국 특유의 드라마 법칙 중 상당 부분은 클리셰(예시 1∼5번)에 해당한다. 드라마 PD들은 “현실적으로 적절한 부분도 있고, 고쳐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1번 법칙(‘파리의 연인’의 이동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의 경우 PD들도 상투적 장면임을 인정한다. 손정현 PD(‘루루공주’ ‘파리의 연인’)는 “상투적인 장면은 효과적인 감정 전달 사례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극 초반과 달리 후반에 갈수록 한정된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표현을 찾는 과정에서 상투성이 드러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의 법칙인 △2번(‘겨울연가’의 배용준)은 멜로드라마에서 감정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들은 또 △4번의 U턴은 주인공 마음의 급격한 변화를 표시하는 데 적합하고 △5, 7번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친구가 여럿이면 조연 캐릭터를 살리기가 어렵고, 택시를 기다리는 것과 거스름돈 문제는 시간상 배제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변화하는 드라마 법칙

이제는 통하지 않는 법칙도 많다. △3번(입덧)은 적극적인 삶을 사는 현대 여성상을 반영해 아침에 임신 테스트용 기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주인공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8번(옷 잘 입기)도 마찬가지. 배우들 스스로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작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는 목 부분이 늘어난 싸구려 티셔츠를 입었다. MBC 이재동 PD는 “날로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상투적인 표현보다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하고 다양한 형식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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