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의 ‘코드性’ 시청자는 알고 있었다

  • 입력 2005년 4월 7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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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일부 시사보도프로그램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데 대해 시청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음이 방송위원회의 ‘2004년 시청자 불만처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KBS 전체 장르 가운데 시사보도물의 정치적 편파성과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던 것은 중대한 문제다. 국가 기간(基幹)방송이 시청자들도 뻔히 알 만큼 현실을 왜곡·오도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MBC 뉴스프로그램 가운데는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가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고, 스스로 대표적 개혁프로그램으로 꼽아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편파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방송법은 명시하고 있다. 편파적이고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시사보도물을 내보내는 방송사들에 ‘언론’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신문보다 훨씬 감성을 자극하기 쉬운 매체인 방송의 의도적인 편파보도는 많은 국민을 부지불식간에 보도가 지향하는 ‘코드’에 빠지도록 할 우려가 크다. 현명한 시청자들이 TV의 이런 특성을 간파했다고 해서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電波)를 바른 여론 형성이 아닌 정파적 편 가르기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은 월권(越權)이자 공공재 횡령에 가깝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제재에 그친 방송위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방송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세금 쓰는’ 기구다. 그런데도 불공정 방송을 엄단하지 않는 것은 ‘코드 방송’과 닮은 ‘코드 방송위’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강제성을 띤 시청료와 소비자 부담인 광고료를 편파보도의 재원으로 쓰는 방송이나, 코드방송을 싸고도는 방송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이 얼마나 더 늘어야 TV와 방송위가 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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