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최양수/'국회 대리戰' 방송위 해법은

  • 입력 2003년 5월 1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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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위 노조는 선임된 위원 중에 ‘부적격’ 인사가 있다며 철야농성에 이은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 3인이 불참한 상황에서 부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날치기 선출’이라며 한나라당 또한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황은 위원회와 노조, 여당과 야당의 갈등으로 복잡하게 비화되고 있다. 전임 위원회의 법정 임기가 종료된 지 3개월이나 경과된 후에 출범한 2기 방송위원회라 그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3류 정치’가 3류 방송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방송위의 첫 회의를 두 차례나 장소를 옮겨 시내 모 호텔에서 위원장을 선출한 것이나, 야당 추천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부위원장을 선출한 행태는 과거 국회의 파행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방송위가 일손을 놓고 표류한 지난 3개월 동안 여야는 국회 추천 방송위원 6인을 어떻게 서로 나누는가와 상임위원 수를 늘리는 것을 놓고 흥정을 벌여왔다.

방송위가 정쟁의 무대가 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방송의 도움 없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느냐는 노 대통령의 말은 방송에 대한 섭섭한 속내를 갖고 있던 한나라당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방송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대하고, 정치권은 방송위를 통해 정파적인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고, 여야는 이번 방송위에서 한판 승부를 별러 왔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방송사 인허가권과 방송정책권을 정부 부서인 문화관광부에서 방송위로 이관한 통합방송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대통령이 5인을 지명하여 상원의 승인을 거쳐 다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5인의 위원 중 4인이 통상 및 독점문제 등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이다. 위원 외에도 다수의 법률가와 방송과 통신에 관한 전문가들이 행정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8∼10인의 영국 상업방송위원회(ITC) 위원을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지만 정파간의 이해갈등을 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 방송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지 않고 정치권이 방송위에 영향력을 행사해 정파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현재의 방송위원 선임 방식은 작금의 문제를 영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물을 방송위원에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방송 법률 경제 행정 등의 전문가집단과 사회단체의 조언을 얻어 2배수를 추천하고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을 가려내서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임명하는 대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최양수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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