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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11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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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KBS TV ‘도올의 논어 이야기’를 돌연 중단했던 도올 김용옥(金容沃·54·전 고려대 교수)씨가 1년3개월 만에 가진 공개 강연 ‘도올 김용옥이 말하는 불교의 본래 모습-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에서 파격적인 불교론을 펼쳤다. 10일 오후 3시 서울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열린 강연장에는 스님과 수녀, 일반인 등 1000여명의 청중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산스크리트어로 ‘붓다’는 ‘깨달은 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앎의 핵심은 ‘연기(緣起)’ 즉 어느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과학적인 통찰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유의 쇳소리와 격정적인 몸짓을 해 가며 한국 불교가 지나치게 신비화된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선(禪)수행을 한다고 산사에 틀어박혀 가부좌를 틀고 깨달음을 구하는 고승보다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더 불교적인 삶을 사는 것일 수 있다. 스님들이 며칠 밤 잠 안 자고 용맹정진하는 것은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뼈를 깎는 훈련에 비하면 우습다.”
그의 비판은 기독교에도 이어졌다.
그는 “나는 모태신앙이어서 의리상 기독교와 떨어질 수 없으나 기독교에 문제가 많다”며 “기독교는 과거 문화와 교육 분야에 크게 기여했지만 요즘에는 우리 사회를 광신적인 분위기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TV 강연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선 “인후염이 심해 크게 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강연 뒤 가진 짧은 간담회에서 “언론이 워낙 싫어해 욕까지 먹으면서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정당을 만들라고 권유한 우편물을 받았다면서 “대통령의 아들들이 ‘홍단’이니 뭐니로 불리는 등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에 실망했으면 이런 제안까지 하겠느냐”며 현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의 성지 보드가야에서 달라이 라마를 이틀간 친견하면서 나눈 대화 등을 담은 책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통나무)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26일부터 EBS TV에서 3개월간 ‘도올, 인도를 만나다’란 주제로 철학 강의를 하는 등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