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휴먼 네이처’ 동물적 욕구에 갈등하는 문명인

  • 입력 2002년 1월 24일 17시 40분


‘휴먼 네이처(Human Nature)’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본성’을 풍자한 코미디 영화다.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던 ‘존 말코비치 되기’를 써서 할리우드가 탐내는 각본가로 떠오른 찰리 카우프만의 차기작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과 올해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 카우프만은 이번에도 기발한 발상과 유머로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었다. 하지만 평가나 흥행 모두 전작인 ‘존 말코비치 되기’의 명성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영화는 ‘문명’과 ‘반(反)문명’을 상징하는 세 남녀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며 문명의 세계를 맛보고 난 인간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서 사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다.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는 호르몬 이상으로 12세 때부터 몸에 난 털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퀸콩(Queen-Kong)’ 노릇을 하다가 속세를 떠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성욕)을 참을 수 없어 결국 남자를 찾아 문명 세계로 돌아오지만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반문명주의자.

행동주의 심리학자 나단(팀 로빈스). 어릴 적 부모의 철저한 예절 교육탓에 식탁 매너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그에게 식탁 매너는 ‘문명’의 상징. 라일라와 사랑에 빠져 동거하지만, 라일라가 몰래 면도를 해 온 털복숭이라는 사실을 안 뒤 육체적으로 멀리한다.

스스로를 유인원이라고 믿고 자연속에서 성장한 퍼프(리스 이판)는 ‘반문명’과 고대 인간들이 누렸던 원초적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 숲속에서 나단과 라일라에게 발견된 퍼프는 나단의 ‘문명화(化)’ 실험 대상이 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야성은 제거되고 완벽한 식탁매너를 갖춘 문명인으로 거듭나지만 동물적인 성욕만은 고치질 못한다.

이처럼 인간의 여러 본성중에서 사랑과 성에 집중했지만, 다른 본성들도 슬쩍슬쩍 건드린다. 나단이 ‘아기를 갖자’는 라일라의 말에 털복숭이 아기 원숭이를 즉각 상상하고 결국 매끈한 피부의 ‘문명 여자’인 여조수와 바람을 피는 장면에서는 ‘원숭이’보다는 ‘인간의 아기’를 원하는 ‘원초적 본능’을 엿볼 수있다.

나단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 라일라와 퍼프를 찾아갔다가 라일라의 총에 맞아 죽는다.

CF감독 출신인 미셸 곤드리감독은 이처럼 ‘문명의 상징 인물’인 나단을 ‘반문명주의자’ 라일라에게 죽게 만들었지만 ‘자연’의 승리를 장담하기엔 이르다. 마지막 반전이 남아있으니까. 18세 이상. 25일 개봉.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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