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한국인에게 이름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얻는 선물이자 평생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제2의 얼굴’이기 때문.
EBS ‘우리말 우리글’(수 밤 8·30)은 5일 한국인의 독특한 이름 문화를 소개한다.
삼국시대 한국인의 이름은 차돌이 갓난이 등 토박이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통일 신라 이후 한자가 들어오면서 현재처럼 이름이 두 글자로 바뀌었다.
이후 친족이 모여 살면서 위계 질서와 결속을 다지는 의미로 돌림자가 생겼다. 대(代)가 바뀔 때마다 돌림자를 만들어 위 아래를 구분한 것이다.
이름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일례로 60대 이상 할머니 네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이름에 ‘순할 순(順)’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가부장적인 권위를 강요하던 시대상을 보여준다.
또 제작진이 초중고 학부모 135명을 대상으로 이름에 대한 한국인들의 세대별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아직도 사주팔자나 역학을 바탕으로 한 한자 이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연 담당 PD는 “1980년대가 ‘힘찬’ ‘초롱’ ‘빛나’과 같이 한글 이름이 유행했다면 신세대 부모들은 ‘세나’ ‘다나’ 등 서구식 발음을 고려해 이름을 만드는 게 특징”이라며 “최근 한국어의 특성을 무시한 국적불명의 이름 짓기가 문제”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말 우리글’은 계백 연개소문 을지문덕 등 위인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 언어 생활에서 이름이 차지하는 영향과 역할도 살펴본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