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우리말 우리글' 할머니들 이름엔 왜 順자가 많지?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13분


‘주먹쥐고 일어서’ ‘소리내는 나뭇잎’ ‘늑대와 춤을’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이름.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도 이런 이름들이 소개돼 흥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한국인에게 이름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얻는 선물이자 평생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제2의 얼굴’이기 때문.

EBS ‘우리말 우리글’(수 밤 8·30)은 5일 한국인의 독특한 이름 문화를 소개한다.

삼국시대 한국인의 이름은 차돌이 갓난이 등 토박이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통일 신라 이후 한자가 들어오면서 현재처럼 이름이 두 글자로 바뀌었다.

이후 친족이 모여 살면서 위계 질서와 결속을 다지는 의미로 돌림자가 생겼다. 대(代)가 바뀔 때마다 돌림자를 만들어 위 아래를 구분한 것이다.

이름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일례로 60대 이상 할머니 네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이름에 ‘순할 순(順)’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가부장적인 권위를 강요하던 시대상을 보여준다.

또 제작진이 초중고 학부모 135명을 대상으로 이름에 대한 한국인들의 세대별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아직도 사주팔자나 역학을 바탕으로 한 한자 이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연 담당 PD는 “1980년대가 ‘힘찬’ ‘초롱’ ‘빛나’과 같이 한글 이름이 유행했다면 신세대 부모들은 ‘세나’ ‘다나’ 등 서구식 발음을 고려해 이름을 만드는 게 특징”이라며 “최근 한국어의 특성을 무시한 국적불명의 이름 짓기가 문제”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말 우리글’은 계백 연개소문 을지문덕 등 위인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 언어 생활에서 이름이 차지하는 영향과 역할도 살펴본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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