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프레임과의 타협을 거부한다" 송일곤 감독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5시 17분


송일곤 감독
송일곤 감독
"결국 영화는 관객과 만나는 것이기에 처음 여러분께 선보인 이 자리가 매우 긴장됩니다."

12일 부산 대영극장에서 있었던 송일곤 감독의 영화'꽃섬' 관객과의 대화. 송 감독은 흥분된 표정으로 첫 상영 소감을 밝혔다.

영화 상영후 200여명의 관객들과 1시간여동안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주연배우 김혜나·임유진씨, 음악을 맡았던 노영심씨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꽃섬'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주목받고 있는 작품.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버린 소녀 혜나와 어린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매춘을 한 옥남, 설암으로 죽어가는 뮤지컬 배우 유진이 치유의 섬 '꽃섬'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치유의 공간인 '꽃섬'에 도달하는 과정은 송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여행이었다. 송 감독은 "3일만에 완성한 100쪽 분량의 초고를 가지고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갔다. 촬영은 머릿 속에 있는 단어와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꽃섬'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저예산 영화. 기존의 상업영화와 충무로 시스템에 반대하는 송 감독은 "억압, 자본, 시스템, 상상력과의 타협을 원치 않는다. 타협에 의한 영화는 '나쁜' 영화"라며 "순수한 상상력, 정신적인 고결함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정확한 콘티를 제시하지 않았던 송 감독은 음악, 미술 스탭에게도 역시 개념만 주고 스탭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최대한의 상상력을 요구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동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송 감독은 "한국영화의 역사적 리얼리즘은 아버지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픔의 대표성을 갖고 있기도 한 여성, 어머니성으로 계보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렇듯 정형화된 '프레임'에 반기를 드는 송일곤 감독. 영화 속 장면의 상징에 대한 관객의 질문에도 "상징을 설명하면 정형화되기 때문에 이미 그것은 상징이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해답도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이민주/동아닷컴 기자 groce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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