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7년 노력의 결실,<몽골리안 루트>의 진기웅PD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1분


의 진기웅 PD
<몽골리안 루트>의 진기웅 PD
6일 밤10시 KBS1에서 방영되는 <몽골리안 루트>는 진기웅 PD(48)가 두 번의 ‘사표(辭表)’와 맞바꾼 프로그램이다.

한번은 <몽골리안 루트>의 제작이 무산되는 바람에, 또 한번은 ‘몽골리안 루트’가 다시 제작되는 바람에 그는 사표를 썼다.

“94년 KBS에서 일할 때였지요. <몽골리안 루트> 제작을 위해 6개월간 자료 수집을 마치고 해외답사를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제작비를 이유로 기획 자체가 없던 것으로 됐습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10여년 방송 생활에 대한 회의도 겹쳐 사표를 냈지요.”

3년후. SBS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던 그에게 <몽골리안 루트>가 다시 찾아왔다. KBS가 <몽골리안 루트>를 다시 제작키로 결정한 뒤 기획단계부터 가장 많이 참여했던 그에게 연락을 해 온 것.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결자해지’라는 생각에 SBS프로덕션에 사표를 냈습니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 기회가 과연 또 찾아올까 싶기도 했고…. 다큐 PD로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니까요.”

국내 다큐 사상 최장 제작기간(3년6개월), 최대 제작비(10억원)가 소요된 8부작 <몽골리안 루트>와의 질긴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동안 <몽골리안 루트>를 거쳐간 책임프로듀서(CP)만 해도 6명. 초기 기획단계부터 끝까지 지킨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제작진이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보편성’과 ‘한국적인 시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였다. 기획단계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만큼 ‘객관성’을 유지하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몽골리안 루트’는 현재 일본, 싱가포르, 터키에 수출 가계약을 맺은 상태다.

‘몽골리안’의 관점에서 인류사를 본 연구가 거의 없는 것도 힘들었던 점이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잡아낼 수 있는 ‘그림’이 그다지 풍성하지 않아 CG(컴퓨터 그래픽)를 많이 활용해야 했다. 그는 “유목민의 시각에서 인류가 확산되는 과정과 몽골리안의 이동문화가 정주(定住)문화에 끼친 영향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고생도 숱하게 했다. 몽골에서는 일주일간 말을 타고 오지를 이동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빗장뼈가 부러졌다. 병원까지 되돌아가기엔 ‘그동안 이동해 온 거리가 아까워’ 촬영을 마칠 때까지 일주일간 헝겊으로 묶은 채 버텨내기도 했다.

“군대를 한번 더 갔다온 기분입니다. 남자들은 군대 있을 때는 제대 생각만 하다가도 막상 사회에 나와서는 모이면 그 시절 얘기만 하듯 말이죠.”

그는 서울대 공대(전기공학부)를 거쳐 인문계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81년 KBS에 입사했다. 초기에는 보도국으로 발령받아 2년간은 기자생활도 했다. 그 후 ‘추적 60분’등 시사 프로그램을 거쳐 ‘양자강’ 등 굵직한 다큐를 연출했다.

“이번 촬영때 집을 너무 오래 비워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그는 85년 ‘추적 60분’ PD시절 함께 일하던 구성작가와 결혼했다. 그 구성작가는 바로 ‘모래시계’를 써 몇 년뒤 유명해진 ‘스타 작가’ 송지나씨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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