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주인공 고졸여성 '전성시대'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40분


TV 드라마에 고졸여성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아줌마>의 주인공 오삼숙(원미경)은 최근 고졸학력의 주부지만 대학교수인 남편은 물론 전부 대학을 나온 시집식구들의 속물같은 삶을 고발하고 있다. 8일부터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KBS 새 월화드라마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 한수리(박선영) 역시 고졸출신이지만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동창생을 누르고 가방디자이너로 성공하게된다.

6일 시작한 SBS 주말극장 <그래도 사랑해>의 주인공 오순미(명세빈)도 공부에 취미가 없어 집안 3남매중 유일하게 대학을 못나왔지만 누구보다 당당히 일과 사랑을 쟁취하는 꿋꿋한 인물로 등장한다. 10일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순자>의 순자(이지현) 역시 가난한 집안형평상 고등학교밖에 못나왔지만 연예계 스타로 발돋움한다.

MBC 수목드라마 <황금시대>의 김희경(김혜수)이나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의 나승리(김소연), 공찬미(배두나)까지 거명않더라도 드라마 주인공이 온통 여대생이나 대졸여성 일색이었던 한 때를 생각하면 눈을 비비고 볼만한 변화가 일고 있는 셈이다.

<아줌마>의 정성주 작가는 고졸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웠을 때 장 점으로 “드라마가 자유롭고, 정확하고, 풍부해진다”는 점을 들었다. ‘자유롭고 정확하다’는 의미는 빙빙 돌려 말하는 대졸 출신에 비해 고졸 출신 주인공이 훨씬 쉬운 언어로 거침없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풍부하다’는 뜻은 입바른 말이 아닌, 주인공의 구체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랑해>의 허웅PD는 이에 대해 “아무리 현실이 혼탁해도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들 드라마에서 고졸이라는 학력 자체를 사회적 성공의 장애요인으로 설정하는 편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드라마에는 우리 사회의 배운 자들에 대한 야유와 조롱도 섞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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