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그게임 전성시대 "나홀로 게임은 싫다"

  • 입력 2000년 10월 8일 20시 10분


‘리니지’ ‘바람의 나라’ ‘레드 문’ ‘아크 메이지’ ‘헬 브레스’….

이 게임들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머그(MUG)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대륙’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게임계의 가장 큰 변화는 게임 속 모험이 벌어지는 공간이 게이머들의 하드 디스크에서 온라인 게임회사의 대용량 서버 컴퓨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머그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말이다.

머그는 멀티유저 그래픽 게임(Multi―User Graphic Games)의 영문 약자.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그래픽 형태의 온라인 게임을 의미한다. 머그 게임 사용자는 네트워크상에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 자신과 닮은, 혹은 실제와는 다른 제2의 캐릭터가 되어 수백, 수천명의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모험을 즐긴다. 머그 게임에선 이 캐릭터를 화신(化神) 또는 아바타(Avatar)라고 부른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나 ‘레인보우 식스’ 같은 게임도 여러 명이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을 머그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게임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게임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게임에 대한 모든 자료를 소유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머그게임은 게임 실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가진 채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와 자료를 전송받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또 혼자 하는 게임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나리오의 틀 안에 갇혀 있는 반면, 머그게임은 게임진행의 절대 원칙이나 방향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컴퓨터를 상대로 하는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플레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머그게임에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다른 게이머들과 공동체를 이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거나 모험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현실에서처럼 훈련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아이템이나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거나 마음에 드는 상대와 결혼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셈. 게다가 아바타란 이름의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또다른 나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머그 게임 속의 가상 사회가 언제나 게이머들의 낙원인 것은 아니다. 이곳에도 익명성을 이용한 일탈행위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유 없는 욕설과 비방, 폭력은 그 일부일 뿐이다. 다른 게이머들이 힘들여 모은 사이버 머니나 아이템을 노리고 ‘고의 살상’을 일삼는 무법자들(일명 PK:Player Killer)은 가상세계에서 큰 골칫거리다. 때문에 머그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은 욕설을 순화하는 필터링(Filtering) 시스템, 게임 속에서 통용되는 룰을 어긴 아바타들(혹은 게이머들)을 처벌하는 페널티(Penalty)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때로는 게임 속의 문제가 현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매매하거나, 게임 속의 환상에 파묻혀 진짜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게임 중독현상 같은 것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머그게임은 초고속 통신망의 대중화, 판타지 소설의 인기, 안정적인 수익모델과 같은 요인들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그 세력을 넓혀나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01년 상반기 게임시장이 머그게임들의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C소프트 넥슨 CCR 등 선발주자들의 뒤를 이어 소프트맥스와 삼성전자 등이 ‘4Leaf’ ‘드래곤 라자’ ‘환타지 포유’ 같은 신작게임들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또한 ‘글로벌 서버’ 운영을 통해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다국어 게임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나 아닌 내 모습으로 모두가 함께 만드는 가상공간, 머그.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코 현실과 연결된 끈을 놓아서도 안되는 것이 머그의 세계다. 게이머들이 머그(MUG)가 아닌 머드(MUD·진흙)의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최 복 규(게임평론가·bkchoi7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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