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시네마천국', '링' '섬' 등 엽기영화 20여편 분석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42분


사무라이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영화 '사무라이 픽션'
사무라이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영화 '사무라이 픽션'
‘엽기발랄’.

요즘 이 말은 젊은층 사이에서는 칭찬이다. ‘엽기’와 ‘발랄’의 조합이 생경하지만 그 말이 통한다는 게 엽기적이다.

엽기(獵奇)의 사전적 의미는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엽기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성과 폭력, 공포, 일탈, 웃음, 풍자 등에 대해 기존의 고정 관념을 부수는 파격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EBS ‘시네마 천국―엽기가 뜬다’(6일 밤 10·40)는 영화속에 담긴 엽기 문화를 분석한다. 영화칼럼니스트 오동진씨가 김기덕 감독의 ‘섬’을 비롯해 ‘링’ ‘사무라이 픽션’ ‘6현의 사무라이’ ‘델리카트슨’ ‘조용한 가족’ ‘아메리칸 파이’ ‘파고’ ‘킬러 콘돔’ ‘쌍생아’ 등 20여편에 담긴 엽기 문화를 분석한다.

오씨는 “엽기 문화는 심리적 문화적 조직적 통제가 강한 사회에서 하나의 탈출구로 자리잡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조직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일본과 독일에서 엽기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한국에서 일본 호러 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나카다 히데요키 감독의 ‘링’. 눈부실 정도로 밝고 화려한 빈민굴과 어둠에 둘러싼 상류층 등 기존의 표현 형태와 상반된다.

‘사무라이 픽션’에서는 주인공 사무라이는 무늬만 무사이지 아예 개그맨이다. 비장함과 엄숙함의 전형으로 알려진 사무라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다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엉뚱한 메시지도 늘어놓는다.

한국영화 ‘공포택시’. 택시가 피를 흘리는가 하면 죽은 택시 운전사들이 밤이되면 피튀기며 손님을 기다리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스크린에서 이어진다.

미국 영화 ‘무서운 영화’는 제목이 엽기적이다. 무서운 장면은 하나도 없고 질펀하게 성을 즐기는 미국 10대들을 감각적이고 코믹하게 처리했다.

‘시네마천국’은 이밖에도 기괴한 인물과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감독 데이비드 린치, 영국의 스타일리스트 피터 그리너웨이 등 엽기 영화의 대표적 감독도 소개한다.

오씨는 “젊은 층은 엽기라는 자기들만의 암호로 기성 세대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더듬어본다”며 “그러나 엽기가 상업화로 치닫는 나머지 그저 웃음거리와 잔인한 장면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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