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두 문화]정형근의원이 본 김희선 "자신에 떳떳해야"

  • 입력 2000년 10월 1일 17시 44분


신세대를 대표하는 연기자, 탤런트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김희선양. 이런 김양을 볼 때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발랄함, 신선함, 그리고 거침없음’ 등 복합적이다.

고등학교 때 연예계에 나와 우리나라 연기사상 배역만 맡으면 스타덤에 오른다는 ‘춘향전’에 출연하여 같은 신세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과연 그런 복합적 이미지를 잘 배합하여 지금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대중 스타이다.

작년에는 프랑스 관광부가 임명한 임기 1년의 초대 한불 명예 친선대사에도 뽑혔으며, ‘쥬라기공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도 캐스팅 제의를 받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연기자로 알고 있다. 특히 지난 번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 김희선양이 출연한 영화 ‘비천무’ 필름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고, 김위원장은 ‘비천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소감을 남한에 보내겠다고 약속한 것을 보면, 김양은 이제 체제를 초월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연기자로 발돋움하였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김희선 어머니 박복순씨 "비판은 발전을 위한 채찍"

여담이지만 나도 그 영화를 보았는데, 지난 여름 한국영화 중 유일한 블록버스터답게 우리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액션장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 무협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일부 비판도 있으나 문외한인 나로서는 ‘진하’역을 맡은 남자 주인공 신현준군과 ‘설리’역을 맡은 여자 주인공 김희선양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고 본다.

언젠가 한 일간지에서 김희선양에 대해 쓴 기사를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구김살 없는 성격에다 눈부신 외모, 튀는 연기가 결합된 스타,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멀티미디어형 탤런트’이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행을 선도하여 신세대의 우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적고 있었다. 그 기사를 보고 김희선양을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의 아이들에게 물어 봐도 김양은 단연 X세대의 감성을 리드하고 잘 표현하는 연기자라고 한다. 그런 칭찬은 그만큼 김양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잘 소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정상에 선 그런 김희선양에게도 앤티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되, 항상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당당하게 걸으며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우리와 같은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특히 김희선양은 이미 공인이기에 세인의 관심을 항상 끌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이 정부가 출범한 뒤, 무슨 ‘DJ 저격수’니 ‘폭로전문가’니 하는 부정적 평가를 외부로부터 수도 없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항상 원칙에 충실하고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해 왔으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안기부에 근무할 때는 주로 대공수사업무에 종사하면서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런 부정적 오해를 상대편으로부터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볼 때, 나는 적어도 나 자신과 우리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 왔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다. 김희선 양이 지금 영화 ‘비천무’ 홍보차 중국에 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돌아오면 지금 내가 한 말을 한 번 새겨 들었으면 한다.

무릇 사람이 어떤 방면의 정상에 섰을 때에는 항상 내려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최근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희선양을 둘러싼 세간의 화제와 관련하여 김양을 아끼는 팬으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무남독녀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곱게 자랐고, 우리 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아직 어려서(?) 세상을 보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팬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법정으로까지 비화되었으니까 법원에서 판단은 내리겠지만,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밝히고 공인으로서 사과하고, 잘못이 없으면 끝까지 진실을 위해 그리고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싸우면 될 일이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연예계의 화려함만 보고 그것을 무작정 동경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보다 성숙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족(蛇足)으로, 요즈음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거울 김양에게 기분을 전환하라는 뜻에서 대중문화와 정치의 닮은 점을 적어 본다. 첫째, 대중문화와 정치는 그 대상이 국민이다. 둘째, 대중문화와 정치는 둘 다 국민을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을 추구한다. 셋째, 대중문화와 정치는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없으면 불편하다. 넷째, 대중문화와 정치는 항상 언론의 주목거리이다. 다섯째, 대중문화인과 정치인은 국민의 인기를 먹으며 자란다. 여섯째, 대중문화인과 정치인은 항상 스캔들을 조심해야 한다. 일곱째, 대중문화인과 정치인은 그 직업을 택할 때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정형근(한나라당의원·전 국가안전기획부1차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