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판매 대행 '민영 미디어렙' 설립싸고 시끌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43분


SBS 등 민영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 설립방안을 둘러싸고 방송계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해온 방송광고 영업이 제한적인 경쟁체제로 바뀜으로써 매년 2조원에 가까운 방송광고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송법에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은 한국방송광고공사(공영미디어렙)가, SBS와 지역민방은 민영미디어렙이 광고 판매를 대행하도록 돼있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마련한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의 초안 중 쟁점은 민영미디어렙의 소유 구조다. 초안대로라면 광고공사 지분 30%, SBS 5%, 지역민방 5%이고 60%는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승수 전북대교수(신문방송학)는 SBS를 포함한 방송사를 완전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SBS의 지분이 얼마든 미디어렙은 SBS의 입김에 좌우되며 이는 곧 방송광고 요금의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초안대로 시행된다면 SBS가 당장 내년에 800억∼1000억원의 순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SBS의 박희설 홍보팀장(언론학 박사)은 “지분 5%로 회사를 장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외국에서도 방송사의 참여는 상식”이라며 “공영미디어렙이 있는데 어떻게 민영미디어렙이 마음대로 요금을 올리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최양호 조선대교수(신문방송학)도 “미디어렙은 방송광고에 경쟁체제와 시장원리의 도입이 그 취지”라며 “오히려 공사가 빠지고 방송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MBC는 이와 달리 ‘독자안’을 주장하고 있다. SBS에 시장을 빼앗긴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MBC는 “초안은 공영은 묶어놓고 민영만 풀어놓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주요 방송사별 미디어렙을 각각 설립하거나 방송사가 자유롭게 미디어렙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광고요금조정위원회’ 등 견제장치를 두지 않는 게 초안의 맹점이라며 문화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화부는 이번주 중 초안을 입법 예고한 뒤 30일 공청회를 거쳐 9월 정기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지만 민영미디어렙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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