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합동음악회' 평양공연 '완성도' 미흡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SBS가 10일 밤 방영한 ‘2000년 평화 친선 음악회’는 남북 첫 합동음악회를 녹화한 프로. 남북한 대중가수들이 처음 같은 무대에 섰다는 ‘역사적 의미’로 36%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기대가 뜨거웠다.

그러나 정작 공연은 진행 방식이나 조명, 무대 연출 등이 미진해 남북 첫 ‘가협(歌協)’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우선 남한과 북한 가수의 공연이 ‘단절’됐다. 같은 무대인데도 패티김 ‘핑클’ 등 남한 가수들의 무대와 북한의 석란희 김명순 등의 무대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크게 다른 무대 배경과 조명은 마치 ‘한 무대, 두 공연’이라는 느낌마저 주었다. 남한 가수들의 공연 때는 하얀 색 조명 하나만 계속 비춰 무대가 답답했다. 톱스타들의 다채로운 무대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북한의 무대 수준이 저 정도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막상 북한 가수들이 노래할 때는 상당한 수준의 배경이 화려하게 펼쳐져 대조적이었다.

‘남북 듀엣’ 등이 기대됐으나 남한 가수들은 공연을 마친 뒤 ‘객석’에 앉아 북한 가수의 공연을 관람만 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남북 가수들이 합창하는 것으로 ‘화합’의 의미를 달래야 했다.

카메라 앞에서 소감을 밝힌 가수가 남한측뿐인 것도 의아스러웠다. “통일을 앞당기는 무대”(설운도) “우리는 하나”(최진희)라는 등 남한 가수들은 울먹거렸으나 북한 가수들의 소감은 방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다.

남북한 첫 합동 공연이 삐걱댄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주최측이 서두른 탓으로 일정이 빠듯해진 것이나 양측의 지나친 경계 심리 등. 실제 남한 가수들은 밴드가 입북할 수 없어 자신의 노래를 거의 처음 듣는 북한 밴드의 반주에 의지해 노래하는 것에 서운해하기도 했다.

‘남북가협’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번 공연은 완성도 문제를 떠나 반세기 분단 체제를 넘어 문화적 가교를 놓는 디딤돌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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