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송능한 감독 이색모험]"세기말 영화에 스타는 사양"

  • 입력 1999년 8월 5일 19시 21분


《영화감독 이창동과 송능한에게는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97년 ‘초록 물고기’(이창동)와 ‘넘버3’(송능한)로 성공적인 충무로 데뷔전을 치렀고 소설가(이), 시나리오작가(송)출신으로 탄탄한 시나리오 집필력까지 갖췄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데뷔작엔 최고의 스타 한석규가 출연했지만 두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스타가 없는 두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감독은 출연진 전원을 신인배우로 채운 ‘박하사탕’을, 송감독은 김갑수 이재은 등 스타가 아닌 배우들을 주연으로 발탁한 ‘세기말’을 준비중. 요즘 풍토에선 모험에 가까운 시도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스타를 잡지 못한 건가,일부러 쓰지 않는 건가.

△이〓‘박하사탕’은 작위적인 재현없이 현실을 도려내듯 보여주려는 영화다. 스타의 기존 이미지로 영화의 현실감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전부 다 관객이 모르는 얼굴로 채웠다.

△송〓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스타 기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투자자가 스타를 요구해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됐다.

―스타 위주로 제작되는 ‘스타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아닌지.

△송〓영화 제작여부가 스타의 스케줄에 달려있는 왜곡된 상태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싶다. 기획이 좋아도 스타를 잡지못해 무산된 영화가 많다. 이미 만들어진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스타 몇명에게 시나리오가 집중되다보니 배우 기근의 악순환까지 생겨났다.

△이〓스타 시스템과 배우 기근 현상은 한국영화가 특정 장르에 집중되게 만들뿐 아니라 영화산업 자체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 말로만 걱정해서는 해결이 안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발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균형있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두 감독이 모두 세기말의 시점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송〓아예 제목이 ‘세기말’인 내 영화는 ‘내장을 드러낸 천민자본주의’의 얼굴을 한 세기말의 서울에서 펼쳐지는 희비극을 담게 된다. 퍼즐처럼 짜여진 세기말 삶의 단편들을 역동적인 화면에 실어 보여줄 계획이다.

△이〓‘박하사탕’에서는 현재를 세기말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가 열리는 시작으로 바라본다. 시작을 다루기 위해 20년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택했다. 과거가 현재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면 왜 과거를 이야기할 것인가.

눈에 띄는 스타없이 탄탄한 극의 얼개와 풍부한 일화,캐릭터 창조로승부수를 던지는두‘글쓰는 감독’의 새 영화는 올해말쯤 개봉될 예정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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