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특수효과」에 매달린다…『흥행 최대변수』판단

  •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24분


영화의 특수효과(FX). 상상하고 생각하는 무엇이든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 주는, 과학이 영화산업에 준 최대의 선물.

‘타이타닉’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 특수효과 영화들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고 첨단기술을 배운 고급 두뇌들이 대거 영화판으로 몰려드는 등 특수효과의 위세는 날로 막강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요즘 할리우드 내부에선 “특수효과 때문에 못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불평의 주체는 바로 그 특수효과로 톡톡히 재미보고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자들.

“7월 개봉을 앞둔 ‘아마게돈’의 특수효과를 맡은 컴퓨터기술자들은 요즘 12시간 맞교대로 자판을 두드리느라 허덕인다. 다른 영화사도 마찬가지. 침낭에서 새우잠을 자며 컴퓨터자판에 매여사는 기술자들이 태반이다.”

미국의 버라이어티지 최근호가 전하는 할리우드 풍경이다. 특수효과로 표현하려는 영상이 점점 기묘해지고 스케일이 커짐에 따라 막상 영화를 다찍어 놓고도 몇개월씩 큰 돈을들여 특수효과작업을 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제작자들의 속앓이에도 불구하고 특수효과는 이제 영화의 양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영화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올 여름 세계흥행시장 석권을 노리는 ‘고질라’ ‘아마게돈’ ‘스몰 솔저스’ ‘어벤저’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한결같이 디지털 특수효과로 가득차 있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특수효과를 창출해내는 고급두뇌중 상당수는 항공우주 통신 등 군수산업을 비롯한 첨단 산업 출신들. ‘타이타닉’의 시뮬레이션도 미항공우주국에서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 설계에 참여했던 기술자가 만든 것. 인재들이 강물처럼 할리우드로 흘러드는 양상이다.

세계적 컴퓨터 업체들도 특수효과 제작 참여에 안달이다. 특정 영화의 성공은 그 영화속의 장면을 만들어낸 첨단 장비개발업체의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 마치 영화 영상제작이 컴퓨터그래픽 산업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같은 추세에 밀려 “영화 제작 기술은 스토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도 많은 감독들이 테크닉 그 자체를 목적시하고 있다”(우디 앨런)는 영화인들의 걱정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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