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얼굴 『궁금』…인사권문제 맞물려 촉각

  • 입력 1998년 4월 6일 08시 34분


한국방송공사(KBS) 연합통신 등 정부 유관 언론기관의 인사권 문제가 통합방송법 제정에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는 ‘자율성 보장’을 약속했지만 일부에서는 새 정부가 과연 ‘언론기관 장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 아직도 못미더워 한다. 그러면서 최근의 정부 유관 언론기관장 인사를 예로 든다.

우선 서울신문 손주환(孫柱煥)사장의 후임에 전남 목포출신의 차일석(車一錫)씨를 임명한 대목. 서울신문 주식은 재정경제부가 49.9%, KBS가 13%를 갖고 있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곳.

언론학계에서는 ‘수년전부터 거론돼온 민영화 문제는 어떻게 되며 또 굳이 차사장을 발탁해 기용할 필요가 있는가’고 비판한다.

다음은 KBS 홍두표(洪斗杓)사장의 교체. 유임설과 교체설이 엇갈리던 가운데 갑자기 사표를 제출, 정치권의 압력설이 파다하다. 사표제출―이사회 반려―사표 재제출―사표수리라는 절차를 통해 여론의 직격탄을 피해 나갔지만 절차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또 홍사장의 후임자를 방송법 개정이후 선임할 것인지, 아니면 그에 앞서 먼저 임명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

한편 문화방송(MBC)과 연합통신의 사장은 일단 유임됐다. 그러나 MBC의 경우 방송가에서는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상태.

정부가 유관 언론기관의 인사에 이처럼 ‘입김’을 낼 수 있는 것은 방송법에 따라 설립된 방송위원회의 존재 때문(표 참조). 현행법상 방송위원회는 9명의 이사를 두게 돼 있고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위원회의 권한은 크다. KBS 이사 12명 전원에 대한 추천권과 MBC 주식 70%를 소유하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0명중 6명에 대한 추천권을 갖고 있다.

정부의 언론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BS와 MBC는 국내 유일의 종합 뉴스서비스 기관인 연합통신의 제1,2 대주주. 그러나 과거 연합통신 인사를 보면 청와대의 뜻이 절대적이었다. 연합통신 노조 관계자도 “KBS와 MBC가 형식상 대주주이지만 한번도 주주로서의 권리는 물론 책임을 져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전문 케이블TV채널인 YTN은 지난해 말 주식 30%를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워크가 연합통신으로부터 넘겨 받음으로써 연합통신과의 관계는 정리됐다.

그렇지만 정부의 간섭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국전력공사는 감독관청인 산업자원부, 결국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통합방송법 등을 포함, 국민회의의 새 방송법 시안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권당 내부에는 과거 이들 언론기관을 통한 ‘왜곡편파’보도의 피해를 보았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통합방송법 제정시 인사권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면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던 방송위원장을 위원들이 호선으로 선출하고 방송문화진흥회 위원을 전원 방송위에서 선임하는 것 등이다.

야당과의 조율과정과 여론수렴과정을 마친 뒤 새 통합방송법이 어떻게 등장할지, 통합방송위원회는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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