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라이브 공연으로 불황 돌파』

  • 입력 1997년 12월 17일 08시 16분


「라이브로 고정표를 묶어라」. 가요계 「IMF 탈출 전략」이다. 무리한 신인 발굴이나 실험적 시도보다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고정팬을 개발하는 편이 실속있다는 것. 특히 관객 눈앞에서 노래 대화를 나누는 라이브는 브랜드 차별화에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한달간 라이브 공연장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고정팬이 몰리는 곳엔 예약표는 꾸준히 팔린다. 「IMF 지갑」과 상관없이 보고 싶은 가수는 보러 오는 이들이 고정팬들이다. 8일 공연을 끝낸 듀엣 「유리상자」는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8회 2천여명. 9월 데뷔한 이들은 라이브 기량으로 고정팬을 발빠르게 확보한 그룹. 멤버 박승화는 『공연 준비중 IMF 한파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고정팬이 몰려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유리상자」는 31일부터 재공연을 갖는다. 공연장에서 되돌아간 이들이 많았기 때문. 11월말 열렸던 그룹 「자우림」의 공연도 마찬가지. 2천5백명이 왔다. 「자우림」은 최근 첫 음반을 내기전부터 이미 영화주제가 「헤이 헤이 헤이」로 고정팬을 확보했다. 유열도 막강한 고정표를 지닌 가수. 4년만의 공연이었는데도 객석 90%가 찼다. 관계자들은 물론 유열도 놀랐다. 그는 『관객설문조사를 해보니 이미 낯익은, 오래된 팬들이 많았다』며 『이들이 연인이나 부모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에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라이브를 꾸밀 계획. 윤수일의 울산 공연에도 고정표가 몰렸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고정팬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 KBS홀 2천5백석중 90%가 메워졌다. 티켓 가격이 2만∼5만원임을 감안하면 「고향표」는 변함없는 셈. 윤수일은 수익금 1천만원을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살리기 성금으로 냈다. 연말에도 리아 동물원 안치환 김장훈 김목경 등 10여차례 공연이 이어진다. 다만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디너쇼. 티켓값이 12만∼15만원을 훨씬 웃도는 데다 음악을 즐긴다기보다 「대접 차원」에서 티켓을 사기 때문에 긴축 바람을 맞기 쉬울 듯하다. 이종현 라이브소극장 대표는 『거품 빼기가 IMF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이라면 라이브도 그 하나』라며 『좋은 가수는 팬이 멈추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이 불황에 대한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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