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영화」,정말 나쁜가…엇갈린 평가속 2일 개봉

  • 입력 1997년 8월 1일 07시 50분


『정말 나쁜 영화다』 『실험성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2일 개봉되는 장선우감독의 신작 「나쁜 영화」(제작 미라신코리아). 공연윤리위원회의 상영불가 판정, 재심의 통과 등 우여곡절을 거친 이 영화만큼 엇갈린 반응과 논란을 일으킨 영화도 없을 듯. 제작사 스스로 「맛있는 불량식품」이라고 광고하고 있을 만큼 「나쁜 영화」에는 비행 청소년과 행려자들의 「불량한」 실상이 마치 르포성 다큐멘터리처럼 줄줄이 나열된다. 「앵벌이」(돈 구걸)와 「아리랑 퍽」(술취한 사람을 폭행하고 돈 빼앗기), 「뿅카」(빠른 오토바이)타기, 「생일빵」(생일맞은 친구를 축하하며 집단구타하는 장난) 등. 술과 담배 섹스, 그리고 폭력과 도둑질 등이 난무하는 가운데 본드를 흡입하고 환각에 빠지는 장면과 금고털이를 애니메이션과 컴퓨터그래픽으로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호스트바와 단란주점에서 아줌마 아저씨 손님들과 10대 남녀접대부 사이에 벌어지는 추태가 등장하는가 하면 되레 비행을 조장하는 청소년선도위원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이 영화가 「나쁘다」는 이들은 비행청소년의 온갖 악행을 한데 모으는데 치중, 선정적인 자극만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비록 제도권의 주류질서에 대한 반발을 의도했다 하더라도 줄곧 비행장면만 늘어놓은 것은 충격과 자극만을 노린 얄팍한 연출이라는 것. 특히 경찰을 출동하게 한 「폭주족」 「생일빵」장면과 술을 마시다가 애국가를 낮게 읊조리는 여자아이의 노랫소리 등은 극적효과를 노린 과장의 흔적으로 지적된다. 이때문에 가출청소년들을 상품화시킨 「고도의 상업적 영화」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이 영화를 「좋은 영화」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다. 「열린 영화」를 표방한 장감독의 실험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그 가운데 하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꽃잎」에 이어 또다른 변신을 보인 그는 카메라를 6대까지 동원, 극도의 현실감을 얻어냈다. 정해진 시나리오와 배우가 없으며 카메라 미술 음악 편집 녹음도 즉흥적으로 제작, 「열린 영화」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정재형씨(동국대교수)는 『장감독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폭로를 통한 진실찾기」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장감독 자신은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기와 다른 식의 삶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인정할 줄 모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두려워하는 우리 사회의 그 독선에 찬 허위의 시선들이 지겹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이 영화에 대한 심판은 관객의 몫이다. 과연 그의 「독설」이 녹아있는 이 영화는 어떤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까. 물론 관객들은 이 「불편한」 영화를 외면할 수도 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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