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압박 다시 수면 위로”…삼성·SK, 고민 커진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6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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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 등에 대중 규제 동참 요구
美 대선 등도 중국내 반도체 투자 불확실성 키워
한국 반도체 “첨단반도체 공정 전환 전략 채택 어렵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한국 등 동맹국들의 대 중국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미국 정부에 적극 요청하며,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압박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불확실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을 우려까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한국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첨단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들은 동맹국 기업과의 규제 불일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인 만큼, 동맹국들의 장비 수출까지 일제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내 반도체 업계까지 나서 대중 장비 수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동맹국과 ‘다자수출통제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렌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기존의 다자수출통제체제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수출통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 등 동맹국을 포함한 전방위적 대중 수출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생산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또다시 중국 공장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의 중국 반도체 공장을 대중 수출 규제 유예 대상으로 선정해, 가까스로 일부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반도체 생산 비중이 적지 않다. 최근 첨단반도체 수요가 높은 만큼 중국 공장을 첨단 공정으로 업그레이할 여지도 있었는데 중국 공장의 불확실성으로 이 같은 전략을 택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40% 생산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 40%, 낸드 30% 등을 생산 중이다.

게다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유예 조치가 전면 수정되는 등 또 다른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지우기’에 나서 반도체 정책도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반도체 업계도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 운영 전략이 향후 소극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장비 수출 규제로 당장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단 대선이나 대중 압박 수위 증가를 감안하면 향후 중국 투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의 첨단 공정화는 당장 힘들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급격히 탈중국을 한다면 타격이 우려돼 점진적인 생산량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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