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털어낸 韓 메모리…제품 가격 15% 인상 나온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4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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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재고 정상화 속도…1분기도 10% 이상 가격 상승 전망
낸드는 불확실성 커…공급 업체수 많과 수요 전망 불투명
변수는 실수요 회복·가동률 관건…2분기 재하락 가능성도

최근 반등하고 있는 D램 메모리 가격의 상승세가 올해 1분기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수요 부진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재고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고, 스마트폰·PC 업체들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메모리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메모리 업계 감산 종료 등이 가격 전망에 핵심 변수로 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D램 업체들의 D램 재고일수는 지난해 4분기 8~10주 수준으로, 전 분기(10~13주) 대비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점차 정상 재고인 6주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D램 업체의 이 같은 재고 정상화는 가격 인상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기준 D램 PC용 범용제품(DDR4 8Gb) 1G*8 2133MHz)의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65달러로, 전월 대비 6.45% 올랐다. 이 제품은 지난 10월부터 오름세를 나타내더니, 불과 3개월 만에 26.9%가 올랐다.

메모리 가격이 최근 들어 요동치자 대리점을 통해 소규모로 거래되는 현물시장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PC용 범용제품의 현물가격은 평균 1.76달러로, 지난주 1.75달러 대비 0.57% 상승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 1.5달러대로 주저앉았으나 이후 매주 가격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메모리 수요 업체들의 재고조정도 막바지에 이르러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견적을 놓고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수요처에 15~20% 인상을 예상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전반적인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는 ‘잠자는 수준’…공격적 가격 인상 시도 통할까
또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도 제조 업체 주도의 공격적 가격 인상 전망이 커지고 있다.

낸드 공급 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이 원가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격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멀티레벨셀)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33달러를 기록해 전월대비 6.02% 올랐다.

D램과 마찬가지로 3개월 연속 올랐지만, 업황 특성상 공급 업체수가 많고 AI(인공지능) 개발 수혜가 제한적인 품목이어서 여전히 시장 가격 회복세가 더디다. 이에 따라 대만 언론 연합신문망(UDN)은 낸드 업계가 적자 탈출을 위해 공급가를 40~5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낸드 업계가 가격 인상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D램 메모리는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낸드 수요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 상황을 선반영하는 특성이 있는 낸드 현물가격은 금주에도 일부 제품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메모리 업황 전망에 대해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은 아직 잠자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을 실수요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감산 효과와 재고 조정 마무리로 인한 재고 비축 수요가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메모리 업계는 누적된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앞으로 제품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와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 위축이 극심한 가운데, 가동률이 늘면 오는 2분기 제품 가격이 또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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