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소유자들 벌금 피하기 편법… 숙박 협동조합 설립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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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체재로 허용했던 ‘생숙’
주택 용도 사용 뒤늦게 금지시켜
내년말 이행금 유예 끝나 발등의 불
“정부 오락가락… 편법 부추겨” 지적

인천에서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실제 거주하는 이모 씨. 그는 내후년에 생숙에 부과될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같은 건물의 생숙 소유자들과 ‘협동조합’을 결성하려 하고 있다. 건물 내 생숙은 총 400실로 숙박업으로 등록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 30개 객실의 소유주들을 설득해 ‘숙박업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취지다. 그는 “조합과 객실 소유주가 장기체류 계약을 맺으면 이행강제금을 피하고, 실거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주거용으로 쓰는 생숙에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인 가운데 생숙 소유자들 사이에서 이행강제금을 피하려는 편법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도심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시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허용됐던 생숙을 주택 용도로 쓰는 방안이 뒤늦게 금지되면서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편법을 부추기며 각종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도 가능한 숙박 시설로 흔히 ‘레지던스’라 불린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통하며 수요가 급등했다.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거나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내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된 상황이다.

부산에서 행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박모 씨(38)는 올해 들어 생숙 숙박업 신고와 관련된 상담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문의 전화는 대부분 실거주하면서도 이행강제금을 피하는 방법을 묻는 내용. 그는 “위탁관리 업체나 협동조합을 통해 숙박업으로 등록한 뒤 직접 거주하려는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물을 아예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생숙 소유자들이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전문 위탁관리 업체를 선정하고, 같은 건물 내 30개 객실을 묶어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달 3만 원에서 5만 원을 관리 수수료로 내게 된다. 다만, 추후 위탁업체가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관리 수수료만 받고 부도낸 후 잠적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협동조합 설립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건물 내 생숙 소유자들이 직접 30개 객실을 모집해 결성한 조합이 위탁관리 업체의 역할을 하는 식이다. 숙박업 신고 시점에 서류 작성이나 지자체 신고 대행 등의 비용으로 약 300만 원을 내고 나면 매달 관리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에 참여할 소유자를 직접 찾고 설득하는 어려움이 크고, 내부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중재하고 협의를 이끄는 것이 쉽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숙 소유자들이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기 위한 방법은 대부분 정부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있다”며 “위탁업체나 협동조합의 부작용으로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생활형숙박시설#벌금 피하기 편법#숙박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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