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노리는 中…K-배터리가 우회로?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30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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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과 합작으로 美 시장 우회 진출
LG·SK 등도 화유, GEM 등과 합작 공장 건설
FEOC 지정시 타격…업계 "합작 비중 조절 가능해"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외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피하기 위한 합작 대상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우회 전략에 대해 미국 내 비판이 높아지면서, 향후 규제가 나올 경우 합작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中 CATL과 합작공장 철회한 포드…왜?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의 합작공장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포드는 “미시간주 마셜에 건립 중인 배터리 공장이 경쟁력 있게 운영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공장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정은 중국 기술과 자본으로 미국 내 배터리 합작 공장이 세워지는 것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비판이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 의회의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전략경쟁특위 등이 포드와 CATL의 합작 공장 건립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노리기 위해 외국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한 우회로를 개척에 열심이다. IRA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의 경우 올해부터 전체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해야 한다.

▲韓·中 합작공장 증가…FEOC 규제 불확실성 잔존
중국 기업들의 우회로 찾기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모로코에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로부터 저렴하게 원재료를 공급받고, 화유그룹은 이 합작을 통해 IRA 조건 충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이다. 현재 양사는 새만금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도 짓고 있다.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합작법인 ‘지이엠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이 공장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완공시 연산 5만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도 보유한다.

단 IRA에는 배터리 부품이 ‘외국 우려 기업’(FEOC)에 의해 제조된 경우 세액 공제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주의할 것은 한국과 합작한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FEOC 명단에 오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 경우 FEOC 기업과 합작해 제작한 제품은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한국 배터리 업계는 FEOC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될 경우 합작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CHIPs)에 따르면 우려 집단으로 지정된 기업 비중이 24%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를 가정해 중국 기업의 지분 비중을 24%까지 낮추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도 중국이 원재료 공급망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완전히 중국 업체들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IRA의 핵심이 반도체인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반도체 수준의 엄한 기준이 배터리 업종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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