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개월째 임금협상 ‘미타결’…입장차 뭐길래?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7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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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월 결렬 선언 이후 교섭 ‘답보’ 상태
단협 지지부진…노조는 쟁의권 확보한 상태
파업 결행 쉽지 않지만…매년 파업위기 ‘우려’

올해 주요 대기업들의 임금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도 올해 임금 협상을 6개월째 매듭짓지 못해 눈길을 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4월21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지금까지 임금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냉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룹 내 다른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가 지난 5월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임금 협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임협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임금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했는데 올해에도 노사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하며, 협상은 답보 상태다.

◆단체교섭권 놓고, 노사 입장차 ‘뚜렷’


올해 노사 협상이 표류하는 까닭은 단체 교섭 권한에 대한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협의회와 노조 등 2개 단체를 상대로 각각 임금 협상을 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는데, 노조가 없던 기간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년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이러다 지난 2020년 이재용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며, 노조는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 사측과 공동교섭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있는데,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 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전삼노)가 최대 노조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1만명 정도로, 전체 직원(12만4070명)의 7%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임금 교섭권이 오직 노조에만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33조에 따르면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에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사협의회와 사측의 임금 교섭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노사협의회와 임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해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교섭은 불법이라는 취지로 사측을 고발했으나,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재 근로자의 과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가 없어 노사협의회 임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금 인상률도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올해 임금 인상률은 4.1%지만, 노조는 경쟁사 인상률을 고려해 최소 6% 이상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어려운 경기 상황이어서 노조 요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측 견해차가 커 지난해 12월 시작한 임협은 아직도 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협에서 비롯된 갈등은 단체 교섭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1년 8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유효기간(2년)이 만료돼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이 필요하다. 아직 양측은 상견례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노사는 조만간 만나 향후 일정을 협의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임협 불발, 해법은 없나


현재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져 언제라도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조정중지 결정’은 노사 입장차가 너무 크거나, 노사 당사자가 희망하지 않은 경우 조정안 없이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삼노 구성원 대부분이 사무직·영업직·서비스직 등에 배치돼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기에는 노조원 제약이 많아 노조의 파업 결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삼노는 지난해에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진 않았다. 반도체 생산공장의 경우 24시간 가동 불가피하기 때문에 파업은 양측 모두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부에선 노사 대립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일부 직원들은 전삼노 같은 노조의 단체 행동 자체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전삼노가 사측과 임금협상을 하는 방식이나 투쟁 방향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올 초 젊은 직원들 중심의 ‘DX노조’가 새롭게 출범했다. DX노조는 기존 최대노조인 전삼노 조합원 출신인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직원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이후 DX 노조에 공감하는 구성원들이 빠르게 늘면서, 조합원 수가 50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DX노조가 전삼노를 제치고 최대 노조 지위를 얻는다면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또 다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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