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따로 또 같이” 캠핑계 명품 스노우피크의 ‘투트랙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65년 전통, 브랜드 철학 계승
커뮤니티 앞세워 진성팬 양성
의류 라이선스 사업 병행
‘투트랙 전략’이 성장 일등공신

스노우피크의 베스트셀러 리빙셸 텐트 제품 ‘랜드록’. 스노우피크는 ‘우리 스스로가 사용자’라는 경영 이념에 맞춰 거실 공간과 취침
 공간이 분리된 리빙셸 타입 텐트를 선보였고 이후 많은 경쟁사가 이 제품을 카피하면서 리빙셸이라는 제품명 자체가 고유명사가 됐다.
 스노우피크코리아 제공
스노우피크의 베스트셀러 리빙셸 텐트 제품 ‘랜드록’. 스노우피크는 ‘우리 스스로가 사용자’라는 경영 이념에 맞춰 거실 공간과 취침 공간이 분리된 리빙셸 타입 텐트를 선보였고 이후 많은 경쟁사가 이 제품을 카피하면서 리빙셸이라는 제품명 자체가 고유명사가 됐다. 스노우피크코리아 제공
소비자들 사이에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2021년을 기점으로 캠핑 마니아가 열광하는 브랜드에서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는 2020년 론칭한 ‘스노우피크 어패럴’의 인기 덕분이다. 2008년 한국에 스노우피크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세워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노우피크는 2019년 감성코퍼레이션이라는 국내 업체에 의류 라인인 스노우피크어패럴 사업 라이선스를 줬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스노우피크코리아와 감성코퍼레이션이 하나의 브랜드명으로 사업을 전개하도록 했다. 통상 외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때 ‘직진출이냐, 라이선스를 통한 간접 진출이냐’를 두고 고민한다는 점에서 양쪽을 적절히 활용해 시너지를 낸 스노우피크의 ‘투 트랙 전략’은 흥미롭다. 실제 감성코퍼레이션이 론칭한 스노우피크어패럴이 캠핑을 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로 큰 인기를 끌면서 스노우피크의 캠핑용품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스노우피크코리아는 2022년 기준 3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8월 1호(374호)에 실린 스노우피크의 한국 시장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스노우피크코리아 세워 한국 직진출
스노우피크는 일찍부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스노우피크코리아가 일본 본사 측이 해외에 세운 세 번째 지사라는 점부터 그 증거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구성돼 있고 전통적으로 등산 인구가 많은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스노우피크가 일찍이 주목한 것이다.

스노우피크코리아는 2008년부터 일본 본사의 철학과 지향점을 그대로 계승해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우리 스스로가 사용자(User)’라는 경영 이념에 맞춰 스스로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캠퍼가 아니면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 등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한국에서도 유지한다. 또 자연에서의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기 위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한번 판매한 제품은 평생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는 ‘영구보증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스노우피크 웨이, 설봉제 등 일본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활동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이 브랜드의 팬덤인 ‘스노우피커’ 양성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스노우피크코리아는 2016년 이후 6년 연속 매출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 의류라인 앞세운 ‘투 트랙 전략’
스노우피크는 2019년 감성코퍼레이션에 스노우피크 브랜드를 활용한 의류 라이선스 사업권을 준다. 이미 스노우피크가 2012년 3세 경영인인 야마이 리사가 회사에 합류한 이후 2014년부터 일본 본사 차원에서도 어패럴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스노우피크의 결정에는 김호선 감성코퍼레이션 대표와 일본 본사의 신뢰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감성코퍼레이션 대표를 맡기 전 텐트 제작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사업을 하며 스노우피크와 오랜 기간 협업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신뢰 관계만큼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었다. 이미 수년간 텐트를 만들며 한국의 캠핑 시장과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던 김 대표는 일본 본사를 찾아가 “한국에는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 맞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실제 스노우피크 본사의 의류 사업은 ‘아웃도어 라이프 밸류 어패럴’이 기본 콘셉트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고 아웃도어에서 기능성이 충분히 발휘되는 옷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감성코퍼레이션이 만드는 의류 라인의 콘셉트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어패럴’이다. 본사의 의류 라인 타깃 소비자보다 액티브한 활동을 즐기는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기능성과 디자인, 색감, 로고 등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제안은 스노우피크의 경영진에게도 매력적이었다. 그 결과, 본사는 감성코퍼레이션에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대만 등 중화권을 커버하는 스노우피크 의류 사업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 두 개 회사가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유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 어패럴은 2020년 론칭 이후,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으로 멋스럽게 소화하는 ‘고프코어 룩’의 인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까지 겹치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노우피크 브랜드 자체의 소비자 계층 확대로 이어졌다. 일부 캠핑 마니아가 즐기는 고가의 캠핑용품 브랜드에서 경쟁 제품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갖춘 의류 브랜드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신규 소비자들이 유입된 것이다.

현재 스노우피크코리아와 감성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스노우피크어패럴은 각자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과 상품군은 겹치지 않게 하면서도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는 완벽히 하나의 브랜드로 보이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검색창에 ‘스노우피크’를 치면 공식 사이트는 하나만 검색된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가장 먼저 뜨는 랜딩 페이지에 들어가서야 ‘아웃도어 라이프 밸류 어패럴&캠프’와 ‘아웃도어 라이프 액티브어패럴’이라는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클릭하면 제품군별 자사 쇼핑몰로 연결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고객은 두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스노우피크#캠핑계의 에르메스#투 트랙 전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