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침대 사면 소아 병동에 자동 기부… ‘S’의 가치 입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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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뷰티레스트1925’ 인기
친환경 소재, 안전한 품질에
사회적 책임 더한 ‘ESG 침대’
고객들 “마음까지 편안” 화답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1925’는 팔릴 때마다 소비자 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에 보태는 상품으로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시몬스 제공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1925’는 팔릴 때마다 소비자 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에 보태는 상품으로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시몬스 제공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시몬스 갤러리. 매장 한쪽에 파란색 줄무늬의 ‘뷰티레스트 1925’ 매트리스가 놓여 있다. 한 고객이 매트리스를 만져보며 관심을 보이자 시몬스의 슬립마스터가 “이 매트리스는 소비자 가격의 일부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건립에 기부하고 있다”며 “침대를 사면 아픈 환아들을 위한 침대와 병실을 마련하는 데도 손길을 보탤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매장을 찾은 고객은 점원의 설명을 듣더니 구입 상담을 받겠다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몬스가 올 2월 업계 최초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의 의미를 담아 출시한 침대 ‘뷰티레스트 1925’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뷰티레스트 1925는 시몬스의 인기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Beautyrest)’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다. 이 제품의 차별화된 특징은 팔릴 때마다 소비자 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의 리모델링에 보탠다는 점이다. 할인 가격으로 판매되더라도 할인 전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기부금을 적립해 제품 사이즈 등에 따라 13만8500∼29만8000원이 자동 기부된다. 시몬스의 ‘ESG 침대’가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8월 1호(374호)에 실린 ‘브리프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소아병동 어려움에 꾸준한 관심
ESG 침대를 표방하는 ‘뷰티레스트 1925’가 만들어진 배경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의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시몬스는 위기 속에서 자칫 소아암 및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투병 중인 소아·청소년 환아들이 소외될 수 있음을 우려해 삼성서울병원에 매년 3억 원의 치료비를 기부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시몬스의 누적 기부금은 12억 원으로 100여 명의 환아가 혜택을 받았다. 기부금은 수술과 검사 등 외래 진료와 입원 치료비, 휠체어와 의료기기 구매 등 환자가 필요한 곳에 다양하게 사용됐다.

시몬스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에 꾸준히 기부하면서 국내 소아청소년과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저출산에 팬데믹까지 덮쳐 진료량이 급감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수가가 낮아 진료를 볼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인 데다 전공의마저 부족해지면서 중증 환아를 돌보는 상급 종합병원의 소아병동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이에 시몬스는 단순 기부를 넘어서 시몬스침대의 브랜딩 역량을 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부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뷰티레스트 1925’를 출시하면서 소아청소년센터의 리모델링에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당초 침대 자체를 기부하는 쉬운 방식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병상 생활로 “침대가 오히려 지옥처럼 느껴진다”는 환아와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그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선물하는 데 기부금을 쓰기로 했다.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시몬스 팝업 스토어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을 초청해 함께 공연을 보고 점심 식사를 대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시몬스의 진심이 고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뷰티레스트 1925’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월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1700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해 누적 기부금이 3억 원을 넘겼다.

● MZ소비자,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
시몬스는 2020년부터 소아청소년 환우의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매년 3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안정호 시몬스 대표(왼쪽)와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 시몬스 제공
시몬스는 2020년부터 소아청소년 환우의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매년 3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안정호 시몬스 대표(왼쪽)와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 시몬스 제공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업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가구 업계가 저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가운데 소비자 가격의 5%를 마진에 보태지 않고 기부하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그동안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던 시몬스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몬스는 그동안 침대 없는 침대 광고, 팬데믹 이후 우울감을 겪는 현대인을 위한 멍 때리기 광고, 오랜 거리 두기로 단절된 지역들을 연결하는 팝업 스토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M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ESG 침대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 착한 기업과 가게를 대상으로 하는 ‘돈쭐내기’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사회적 의미를 담은 새로운 소비 형태가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단순히 ESG만 강조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 건강과 편의성 등 여러 가치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해 구매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치들의 균형 속에서 추가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로 ESG를 활용해야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몬스의 ESG 침대는 기존 뷰티레스트 모델의 강점인 친환경, 안전 등 고품질 요소에 더해 기업과 소비자가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이를 통해 ESG 요소 중 ‘S(사회)’라는 색깔을 브랜드에 입히면서 같은 뜻을 가진 소비자들의 팬덤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민기 DBR 객원기자 minkimomo1215@gmail.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시몬스#esg 침대#소아 병동에 자동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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