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험난”…현대차·기아 노사 ‘강대강’ 대치 구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2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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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정년연장' 두고 또다시 충돌
"정년연장 핑계 자제" vs "안되는 건 안돼"
기아, 성과급 분배·고용 안정 등에 이견 표출
중견 3사 완성차업체 노사도 대립 중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나선 현대차와 기아 노사가 주요 현안을 두고 극명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노사 모두 강하게 맞붙으면서 단기간에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8차 교섭을 열고 조합원 건강권 및 인권 관련 단협 개정안을 논의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조합원 가족 건강검진 지원 확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일하고 싶은 일터 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조합원 가족 건강검진 지원 수준은 현재도 과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는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양측 신경전은 노조가 요구한 정년연장을 놓고 최고조로 끓어올랐다. 안현호 현대차지부장은 정년연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사측 입장을 비판하며 “정년연장 관련 핑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별도 요구안에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이 가능한 만 65세로 늘려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조합원의 정년은 국민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 연말일로 한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포함시키는 형태다.

그러나 사측 대표로 참가한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부사장)는 “안되는 건 안된다.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진다”고 못 박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5차 교섭에서도 정년연장 안건을 두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13일 9차 교섭을 앞두고 있으나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집행부는 최근 내부 소식지에서 “뒤로는 수백억 비용이 지불되는 전용기 추가와 임원 복지를 위해 고급 법인차량을 부사장급에서 상무급으로 확대하면서 노조에게는 회사생존을 언급하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노조가 쟁의권 확보 없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향후 협상은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오후 출근조가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사가 상급 노조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이다.

◆車업계 올해 임단협 난항 불가피, 곳곳에 파열음
기아의 교섭 과정도 순탄치 않다. 최대 실적에 맞는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는 노조에 사측이 반박하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전날 2차 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설명하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하반기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경제 위기를 내세워 조합원에게 양보와 희생만 강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최대 실적에 맞는 공정한 성과 분배와 미래 신사업·신공장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미래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중견 완성차 3사인 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 노사도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올해 임금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영업이익 실적과 9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한 한국GM 수익 개선 등을 고려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성과급 18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전기차 생산 시설·설비 구축 ▲ 가족행복지원비 10만원 지급 ▲ 조립T/C 수당 인상 ▲ 정비부품지회 감정노동수당 신설 ▲ 조직관리·조사연구수당 인상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과거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 등에 합의한 만큼 올해 임협에서 요구안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을 올해 초부터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 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달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만난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전기차 생산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르노코리아 노사도 전날 5차 교섭을 열고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기본급 14만7740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한 노조의 요구안에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성과급 200만원(임금 협상 타결 격려금 100만원·오로라 프로젝트 성공 기원 격려금 100만원), 조합원 수연 경조금 지원 시설을 제시했다.

르노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어제 교섭 같은 경우 (사측과의 이견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며 “다음주까지 회사가 교섭 의지가 있다면 교섭을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쟁의를 준비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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