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중국인 큰손’ 빈자리… K패션 - MZ고객으로 채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中고객 선호하는 화장품 줄이고
동남아 등 겨냥 K패션 품목 확대
2030 유료 VIP 멤버십 잇단 출시
갤러리 등 체험공간으로 차별화

신세계면세점은 5월 국산 핸드백 브랜드 마르헨제이를 명동점에 새로 입점시켰다. 이 브랜드는 K콘텐츠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동남아 등에서 입소문을 탔다.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방미 길에 이 브랜드 제품을 들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마르헨제이는 지난달 목표 대비 2배인 매출 2억 원을 달성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국산 핸드백 브랜드가 오픈하자마자 이 정도 반응을 일으킨 건 처음”이라고 했다.

국내 면세점들이 중국인 큰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국인과 동남아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 잡기에 나섰다.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과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 선호하는 화장품 비중을 줄이고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는 등 새판 짜기를 진행하고 있다.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5월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인이 쓴 돈은 7억739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4695만 달러 대비 32.4%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가 8만 명에서 51만 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음에도 이들이 면세점에서 쓴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약 4.7%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면세점 소비 폭 감소가 더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는 올해부터 면세점이 다이궁에게 제공하는 송객 수수료를 정상화하면서 다이궁 관련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면세점들은 올해 1월부터 다이궁 수수료를 인하하기 시작해 40% 후반까지 치솟았던 수수료를 올해 1분기(1∼3월) 기준 30%대 초반까지 낮췄다.

이에 면세업계는 줄어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이궁의 주 소비품을 대신할 ‘포스트 화장품’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K뷰티에 집중됐던 면세점의 주력 품목을 K패션으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예능 등 한국산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 일본 등 다국적 관광객의 한국 패션 브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K패션 브랜드의 2분기(4∼6월) 매출은 1분기 대비 31% 늘었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입점 수를 2018년 10개에서 지난해 기준 25개로 늘리기도 했다.

면세업체들은 여행 시 씀씀이가 큰 젊은 내국인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료 VIP 멤버십도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0대 전용 유료 멤버십 ‘신라 앤 20’을 출시했다. 롯데면세점도 2030 대상 유료 멤버십 ‘영 트래블 클럽’ 1기를 모집했는데 200명 선착순 모집이 다 찼다.

업체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매장 대신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공간을 늘리면서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제주점에 갤러리를 오픈하고 제주 기반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해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화장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국인, 동남아 등 여러 국적 고객이 선호하는 면세점으로 변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면세점#중국인 큰손#k패션#mz고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