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만 내린 ‘농심’ vs 주력 제품만 뺀 ‘오뚜기·삼양’…“향후 웃을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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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3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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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식품업계가 백기를 들며 라면과 과자, 빵값이 줄줄이 인하됐다. 이 과정에서 대표 제품의 가격만 내린 농심(004370)과 대표 제품을 제외한 업체들의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띈다.

인기 제품을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밀가루 공급가가 소폭 내려간 것 외엔 모든 비용이 올라 실질적인 가격 인하 요인이 거의 없지만 대부분 기업이 정부 눈치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참하면서 일어난 결과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1일부터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다. 소매점 기준 1000원인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졌다.

농심은 소비자 체감을 높이기 위해 라면과 과자 주력 제품을 1개씩 선택했다. 가격 인하를 전 제품에 적용하면 인하 폭이 1% 미만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은 이달부터 5% 인하되며 연간 약 80억원의 비용 절감액이 발생한 반면 이번 가격 인하 결정으로 연간 200억원의 이익을 포기했다. 소맥분 공급가보다 큰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가격 인하의 실질적인 목표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 제품에 적용하면 인하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어서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심과 달리 오뚜기(007310)와 삼양식품(003230), 팔도 등은 주력 제품을 각기 다른 이유로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뚜기의 주력 제품은 진라면으로, 라면류 제품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15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하기로 했지만, 진라면이 빠진 것을 두고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오뚜기 측은 진라면이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2010년 진라면 가격을 인하한 이후 2021년 8월까지 가격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가격으로 스낵면 3380원(5개 포장)에서 3180원으로 5.9%, 참깨라면 4680원(4개 포장)에서 4480원으로 4.3%, 진짬뽕 6480원(4개 포장)에서 6180원으로 4.6% 인하된다.

삼양식품도 인기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으로, 매출 비중도 60% 이상을 차지하는 메가 브랜드다.

대신 삼양라면과 삼양라면골드, 삼양라면매운맛, 짜짜로니, 콩나물김치라면, 간짬뽕, 나가사끼짬뽕, 맛있는라면, 맛있는라면해물맛, 열무비빔면, 4과비빔면, 우돈사골곰탕면 등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특히 시장 경쟁력이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는 비빔면 제품 2종의 경우 15.4%의 인하율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팔도의 경우 지난해 국내 라면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 주력 제품인 왕뚜껑 용기면과 팔도비빔면을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내부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할 상황을 아니지만 분위기가 확대하며 동참한 것이다.

라면 제조사들의 각기 다른 인하 정책이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1개 제품이지만 주력 제품인 신라면의 가격을 내린 농심이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신라면의 판매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격을 인하 한 만큼 신라면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홍보 효과와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경우 주력 제품 가격을 유지한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는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눈치 보기 식 꼼수 인하’라는 부정적 인식이 쌓일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업계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면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웃게 될 업체가 누구일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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