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붐’ 이후 10여년… 국순당의 ‘아이보리 매직’ 재연될까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6월 20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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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붐 이끈 국순당, 10여년 만에 실적 반등
2년 연속 수출액 1000만 달러 돌파
연 2억병 생산 횡성양조장, 수출 전초기지 역할
전통주 분류 논란 지속… 업계 “혜택 뺀 전통주 논의” 요청

“그녀가 나를 사랑해. 오 막걸리나.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가 나를 사랑해. 오 아이보리 매직. 오 막걸리나.”

가수 장범준이 속한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2011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 ‘막걸리나’의 가사다. 남녀 간의 사랑을 막걸리에 빗대어 재치 있게 표현한 이 노래는 줄곧 하위권에 머물던 버스커버스커에 대한 평가를 바꾼 의미 있는 노래다.

버스커버스커에 의해 널리 알려졌지만 원곡은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윤종신이 전년도에 내놓은 동명의 곡이었다. 당시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배우 황정음과 함께 ‘막걸리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연예인’으로 지목됐다. 이게 곡의 탄생 배경이 됐다. 국순당이 이들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이미지 반전 마케팅을 펼친 것. 이때 윤종신에게 제안해 만들어진 로고송이 ‘막걸리나’다.

막걸리 붐 이후 10여년… 재도약 노리는 국순당

2009년 국순당은 발효제어기술을 적용한 ‘국순당 생막걸리’를 출시하면서 2010년대 막걸리 붐을 이끌었다. 이 특허기술을 통해 완전 밀폐 캡을 사용하면서 뉘어도 새지 않고, 유통기한 30일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또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국구 막걸리’가 됐다.

이 무렵 국순당의 실적에도 날개가 달렸다. 2010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데 이어 이듬해 매출 128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노래 ‘막걸리나’가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진 시점이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국순당의 실적은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해 2019년까지 지속됐다. 실적 반등이 이뤄진 건 국순당이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페트와 캔 등을 출시한 2020년부터다.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2018년 선보인 프리미엄 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의 시리즈 제품이다. 해당 시리즈는 출시 5년 만에 850만 병이 판매되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순당의 또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 ‘옛날막걸리 古’가 10년이 넘는 시간 끝에 누적 판매량 1000만 병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다.
국순당의 일본 한정판 ‘국순당 생막걸리 불꽃축제 스페셜’. 사진=국순당 제공
국순당의 일본 한정판 ‘국순당 생막걸리 불꽃축제 스페셜’. 사진=국순당 제공

밀폐 캡, 콜드체인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순당은 2020년 전통주 업계 최초로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어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수출 1000만 달러를 넘겼다. 50여개 수출국 중에서 탁‧약주 포함 수출액 1위를 올리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단일국가 중 처음으로 3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국순당 생막걸리’,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백세주’ 등 수출 효자 품목 외에 이색 협업 제품들도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국순당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크라운제과, 해태아이스크림,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국순당 쌀 죠리퐁당’, ‘국순당 쌀 바밤바밤’, ‘칠성막사’를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국순당 생막걸리 불꽃축제 스페셜’ 일본 수출도 4년 만에 재개한다. 국순당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일본 불꽃축제(하나비) 기간에 해당 제품을 수출해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출을 중단했다. 올해는 10만병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정 판매한다.

술 향 가득한 ‘수출 전초기지’ 횡성양조장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 생산된 막걸리들이 패키징을 위해 이동되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 생산된 막걸리들이 패키징을 위해 이동되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의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양조장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 위치한다. 그 중에서도 ‘술(酒)이 샘(泉) 솟는다’는 의미를 가진 주천강(酒泉江)변 해발 500ⅿ 지역이다.

2004년 문을 연 횡성양조장에선 탁‧약주 등 60여 품목을 연간 2억병 생산한다. 하루 조업 시간 기준으로는 백세주 최대 15만병, 막걸리 최대 10만병이다. 2010년 막걸리 인기가 절정일 무렵에는 24시간 가동해 막걸리 30만병까지 생산하기도 했다.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발효실에 있는 4만ℓ 내외 대형탱크에서 술이 발효되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발효실에 있는 4만ℓ 내외 대형탱크에서 술이 발효되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 술은 크게 △원료 준비 △쌀가루‧누룩을 혼합하는 담금 △배합 △발효 △여과 △제성 △숙성 △병입 및 패키징 △출고 순으로 만들어진다. 먼저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국순당이 제품화한 양조용 쌀 설갱미(米)를 씻어 불리고, 쌀가루로 분쇄한다. 여기에 물과 누룩을 혼합해 걸쭉하게 만든 후 4만ℓ 내외 대형탱크에서 발효한다.

발효가 끝난 술은 용수(술 거르는 데 쓰는 도구)를 현대화한 여과 과정을 거친다. 맑게 여과하면 약주가, 걸쭉하게 여과하면 탁주가 된다. 이후 제성(물을 추가해 도수를 맞추거나 감미) 과정을 거치고, 9도 이하 온도에서 저온 숙성한다. 주종에 따라 3~4일 혹은 일주일 이상 숙성이 필요하다.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한 달 이상 숙성하기도 한다.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에 있는 주향로. 사진=국순당 제공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에 있는 주향로. 사진=국순당 제공

횡성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명소이기도 하다. 횡성양조장 2층에는 ‘주향로(酒香路)’라는 우리술 역사‧문화 체험 공간도 운영되고 있다. 주향로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주향로에선 맞게 신라 귀족들의 놀이기구인 주령구 모형과 시대별 막걸리병, 용수‧누룩 틀 등 술을 빚던 옛 도구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창포주, 이화주, 자주, 신도주, 송절주 등 국순당이 백세주 외에 ‘우리 술 복원사업’을 통해 복원한 25가지 전통주에 대한 설명을 볼 수도 있다.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주향로에선 막걸리 생산라인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주향로에선 막걸리 생산라인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또한 주향로 한쪽 벽면을 통해 횡성양조장의 생산라인도 관람할 수 있다. 국순당은 우리나라 전통주가 첨단시설에서 위생적으로 생산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생산라인 방향 벽면을 유리로 시공했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주향로에 방문하면 전문 안내자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양조장 시설을 둘러볼 수 있으며, 갓 생산된 막걸리와 약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며 비교 시음 체험할 수도 있다.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다?… 분류 기준 논란 여전

국세청은 지난 4월 전통주·중소주류제조업체를 위해 민관 합동 ‘K-Liquor 수출지원협의회’를 출범했다. 2019년 6248억 원 적자였던 주류 무역수지가 지난해 1조3240억 원으로 2배 넘게 확대되면서, 일본의 사케나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우리나라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우리 술 브랜드를 개발하자는 것.

박성기 막걸리수출협의회 회장과 정재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공동단장으로 있는 협의회는 앞으로 수출하는 주류제품에 K-소주, K-막걸리 등 K-브랜드 라벨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우리 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국순당도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차승민 국순당 상무이사는 “국내에서 사랑받은 제품을 해외 교민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판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며 “해외 진출 초기에 알아야 할 노하우를 수출 경험이 없는 업체들에게 전수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통주 분류 재정립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전통주산업법, 주세법 등이 ‘전통주’를 분류하는 기준은 주조 주체에 맞춰져 있다. 주류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명인이 제조한 ‘민속주’ 또는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제조하거나 제조장 지역 농산물을 주 원료로 제조한 ‘지역특산주’ 등이 전통주다. 전통주로 분류되면 온라인 판매 허용, 주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주향로에선 우리술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주향로에선 우리술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현행법 기준대로면 국순당이 생산하는 ‘국순당 생막걸리’나 ‘백세주’도 전통주가 아니다. 원재료에 수입산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통주 업체의 수출을 지원하는 기업이 정작 전통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

수년간 이어진 전통주 분류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불린 원소주가 전통주 지위를 얻으면서 재점화됐다. 이에 농식품부가 전통주산업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으나, 국내 농가 보호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으면서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막걸리가 ‘전통주 등’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젊은 세대가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다’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오해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주세 감면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통주라고 부를 수 있도록 ‘혜택이 배제된 전통주’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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