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착공 부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 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9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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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보이는 도심 아파트 단지. 2023.5.3.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보이는 도심 아파트 단지. 2023.5.3. 뉴스1
현재와 같은 고금리 영향이 계속될 경우 올해 주택건설물량이 5% 이상, 내년에는 8~9%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또 이같은 주택건설의 위축은 경제성장률을 올해는 0.3%포인트(p), 내년에는 0.4~0.5%p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낳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현안분석 보고서(‘금리 인상의 주택건설에 대한 영향과 향후 전망’)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단행된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주택경기 부진으로 향후 주택건설이 위축되고, 경제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2007년 3분기(7~9월)부터 2022년 4분기(10~12월)까지 15년간의 금리와 주택가격 ▲2001년 2분기(4~6월)부터 2022년 4분기까지 20년간의 금리와 주택건설의 상관관계가 분석됐다. 이밖에 경제성장률과 90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와 CP(기업어음)금리, 3년물 국고채 금리, 주거용 공사비 등도 분석대상에 포함됐다.

● 금리 변동, 집값과 주택건설에 큰 영향

9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p 올리면 충격이 발생하는 시점에 주택가격은 0.6%p 하락했다. 이후 갈수록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4분기 뒤에는 3.9%p 떨어졌다. 2022년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이 최근 주택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기준금리 대신 다른 시장금리을 적용한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반면 경제성장률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이에 대해 “실물경기보다는 금융시장 여건이 주택시장 경기 변동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변화는 주택건설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1%p 추가 상승하면 주택착공은 7%p 정도 하락한 것이다. 2022년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가격의 하락뿐만 아니라 주택착공에도 상당한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됐던 2022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착공물량(연면적 기준)이 18.7% 가량 줄었는데, 올 1분기에는 28.7%가 감소하면서 10%p 이상 커졌다.

또 실질 주거용 공사비 상승도 주택건설에 영향을 미쳤다. 즉 공사비가 1%p 상승하면 충격이 발생한 시점에 주택착공은 1.5%p 떨어졌다. 다만 시간경과에 따라 영향력은 금리가 가격에 미치는 것과는 달리 점차 줄어들었다.

KDI는 이와 관련해 “실질 주거용 공사비가 기준금리보다 작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공사비의 변동성이 기준금리의 3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두 변수가 주택착공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주택건설 올해 5%, 내년에는 8~9% 이상 감소

주택 착공은 준공까지 일반적으로 2~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해 10분기 이후 건설물량을 분석했다. 다만 기준금리와 공사비 상승률 조건을 두 가지 경우로 전제했다.

첫 번째는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에 분기마다 0.25%p씩 하락하고, 실질 주거용 공사비 상승률은 2010년 이후 평균 수준(전년 동기 대비 2.5%)을 유지하는 경우(①)이다.

두 번째는 기준금리가 올 3분기에 0.25%p 추가 상승한 뒤, 내년 1분기와 3분기에 각각 0.25%p 떨어지고, 공사비가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5%, 내년에는 10년 평균(2.3%)을 기록하는 경우(②)이다.

그 결과 올해 주택건설은 ①번의 경우 5.6%, ②번은 5.8%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내년에는 주택착공 감소폭이 줄어들겠지만 이전 시기의 주택착공 부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①번의 경우 8.2%, ②번은 9.2%가 각각 감소하며 하락폭을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 주택경기 부진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

이러한 주택건설 위축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이지만 그동안 주택건설만으로 한 해 성장률이 0.5%p 정도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건설 위축으로 경제성장률이 2023년에는 0.3%p 떨어지고, 2024년에는 0.5%p으로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황세진 KDI 전문위원은 보고서와 관련한 유투브 콘텐츠에 출연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 것은 경기를 둔화시켜서 물가를 잡으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주택경기 하락도 그 과정의 일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주택공급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 주택건설이 부진해지면,

나중에 주택 수요가 회복될 때 오히려 주택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며 “미리 공공택지를 조성해 두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주택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주택공급을 탄력적으로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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