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국제 밀 가격 급등…라면·과자·빵 가격 또 오를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6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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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밀가루 가격 인상을 비롯해 라면·과자·빵·피자·햄버거 등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은 국내 제분업계에서 생산하는 밀가루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6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5월물 밀 선물가격은 5.35% 상승해 부셸당 9.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부셸당 9.85달러에 거래됐던 2008년 4월4일 이후 최고치다.

밀 선물가격이 급등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러시아는 밀의 최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는 밀 4대 수출국 중 하나로 양국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두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는 곡물 비중이 전체 수입 물량 대비 10% 수준으로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인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곡물은 대부분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온다.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소맥과 옥수수 공급 차질이 국제 곡물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소맥과 옥수수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미국과 호주로 수요가 몰릴 수 있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도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제분업계는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소맥을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오는 만큼 이번 전쟁의 영향에 따른 단기적인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할 경우 국제 밀 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의 경우 국제 밀 가격 동향을 살피며 B2B(기업간 거래) 제품 공급 단가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제품은 매출 비중이 적어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주요 밀가루 제조사의 가격 인상은 라면·과자·빵·피자·햄버거 등 다른 제품군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다.

라면의 경우 원재료인 소맥, 팜유 가격 변동성에 따라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업체 빅 3는 지난해 소맥과 팜유 가격 상승을 고려해 주요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올해의 경우 밀가루 제조사의 가격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서민이 많이 찾는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올 하반기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빵의 경우 국제 밀 가격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이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밀가루 제조사로부터 국제 밀 가격 상승 또는 하락분을 적용해 제품을 공급 받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밀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경우 제분업계도 이를 B2B용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고 빵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인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B2B 밀가루와 원맥 구입을 병행하고 있어 당분간 가격 인상 요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원맥을 장기 계약을 통해 구입, 자체적으로 밀가루를 만들고 있어 이번 사태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과자를 비롯해 피자·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밀가루 공급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제품을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자의 경우 파이, 스낵, 캔디 등 품목이 다양한 만큼 단일 원부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데다 본사 차원에서 주요 원재료 구입에 대한 글로벌 통합 구매가 이뤄져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적을 수 있다.

피자·햄버거 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입장이다. 밀가루 외에도 달걀, 식용유, 돼지고기, 닭고기 등 많은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1~2개 품목의 가격 상승에 따른 판가 인상 요인은 낮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전쟁의 여파로 밀가루 수요가 미국과 호주로 몰릴 경우 공급대비 수요가 줄어들어 밀가루를 비롯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은 식품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실물 경기는 제자리를 맴돌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전망”이라며 “물가 상승이 내수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제품이 판매되지 않는 상황이 생겨 식품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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