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볼 사람은 다 봤는데…” 세종 특공 뒷북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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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당정은 세종시 공무원 및 공공기관 등 직원들에 대한 아파트 특별공급을 전면 폐지하는 가닥으로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세종시의 정주여건이 개선된점과 함께 최근 관세평가분류원 유령청사 및 직원 특공 논란 등을 놓고 이전기관 특공은 과도한 특혜인 것으로 같은 인식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1.5.28/뉴스1
28일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당정은 세종시 공무원 및 공공기관 등 직원들에 대한 아파트 특별공급을 전면 폐지하는 가닥으로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세종시의 정주여건이 개선된점과 함께 최근 관세평가분류원 유령청사 및 직원 특공 논란 등을 놓고 이전기관 특공은 과도한 특혜인 것으로 같은 인식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1.5.28/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8일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달래려는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중앙부처가 대부분 이전을 끝냈고 특공을 받은 이전 기관 직원 2만6000여 명 중 상당수가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 특공 폐지 물량, 일반에 분양

세종시 특공 제도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 기업 종사자들의 주거안정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2010년부터 운영됐다.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세종시로 강제 이주해야 하는 기관 직원들을 위한 ‘당근책’이었던 셈이다. 직원들은 특공 당첨 시 취득세 면제·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이 제도에 따라 2010년부터 10년 동안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이 특공으로 받은 물량이 2만6163채 이른다.

당·정·청이 세종시 특공 제도를 폐지를 밝힌 28일 이후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는 이미 이전했지만 아직 특공 혜택 기간이 남아 있던 111곳의 이전 기관 직원들은 더 이상 특공을 받을 수 없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27년까지 세종시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특공 물량 1만6529채는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꼼수로 아파트를 특혜 분양 받아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여론이 들고 일어날 만한 거의 모든 특성을 갖고 있는 게 바로 공무원 특공 논란”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자칫 내년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시세차익 환수’라는 고강도 대응을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까지는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공 제도’ 폐지와 관련된 규정 개정을 끝낼 것”이라며 “법령을 바꿀 필요는 없고 시행규칙과 행복청 관련 훈령만 고치면 돼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간에 세종시 공급 예정 아파트 물량이 없어 사실상 오늘부터 특공 제도가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 부처 대부분 이전 마쳐 실효성 의문

2012년부터 시작된 세종시 이전 작업으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중앙부처 대부분이 이미 이전을 마쳤고 특공 기간도 끝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세종시 집값은 급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은 52.8% 올랐다.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 특공 물량이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거주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공무원들이 거주하지도 않은 집을 이용해 높은 시세차익을 거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세종에 공급된 분양물량 11만780채 중 2만6163채가 특공으로 분양에 당첨됐다. 특공으로 물량을 받은 이전 기관 직원의 4분의 1은 실거주를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는 전매와 매매로 차익을 챙긴 상태다.

특공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수많은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뭘 하다 세종시 집값이 다 오른 뒤에야 특공을 폐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공 제도 폐지만으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기관이 이미 세종시 이전을 완료한 데다, 특공을 받은 직원은 법 위반 사항이 없으면 특공 무효 등 소급적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4년 전부터 실거주 기간을 부여하는 등 개선방안을 미리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특공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며 “특공 기간이 남은 기관에서는 ‘운이 좋아’ 특공을 미리 받은 공무원과 그렇지 못한 공무원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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