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네쿠카’ 삼국지… 전운 감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요 IT기업, 쇼핑 분야 강화 나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엄청난 경쟁자가 나올 것 같다. 앞으로 쿠팡과 사업이 많이 겹칠 듯하다.”(지난달 25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지분 맞교환,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쇼핑 분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캐시카우’로 떠오른 쇼핑 시장을 중심으로 네이버, 쿠팡, 카카오의 ‘네·쿠·카 삼국지’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현재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데에 이어 9일 카카오톡에 쇼핑 탭을 신설했다.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등으로 나뉘어 있던 쇼핑 분야를 한곳으로 모아 서비스를 강화했다.

IT 업계의 양대 산맥이 온라인 쇼핑에 주력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쇼핑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금융, 콘텐츠 등과의 시너지도 크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 분야에서 각각 1조896억 원, 1조1178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카카오 톡스토어는 전년 대비 거래액이 92% 성장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IT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달 25일 직원 간담회에서 쿠팡을 꼭 집어 향후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꼽기도 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사업을 무한 증식하고 있다”며 “결국 이용자의 한정된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쿠팡과의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네이버는 ‘포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상품 구매나 구성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마트와 손잡아 약점을 보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액은 26조8000억 원으로 업계 1위이지만 쿠팡(20조9000억 원)이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지난해 거래액 20조 원)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3강 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배송 속도’와 ‘판매 방식’이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직매입 방식으로 빠른 배송이 강점이다. 그만큼 고객이 여러 브랜드를 주문했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합 포장’(묶음 배송)하는 데 유리한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1위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과 지분을 교환한 것도 상대적으로 약한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실시간으로 제품 정보를 주고받고 판매자와 소통하는 ‘라이브커머스’ 역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푸시 플랫폼’이 없는 반면, 네이버는 제품 구성이나 배송 등이 약하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동영상과 채팅에 익숙한 세대가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라이브커머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