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도 ‘가성비甲’ PB에 빠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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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무신사-마켓컬리 등 자체브랜드 공격적으로 늘려
쿠팡 PB품목 1년새 1000→3000개… 무신사PB, 작년매출 전년대비 76%↑
“충성고객 확보-수익성 개선 효과”

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의 다운 파카와 마켓컬리 ‘컬리스’의 물만두, 쿠팡 ‘홈플래닛’의 공기청정기. 각 사 제공
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의 다운 파카와 마켓컬리 ‘컬리스’의 물만두, 쿠팡 ‘홈플래닛’의 공기청정기. 각 사 제공
대형마트에 이어 이커머스 기업들도 자체 브랜드(PB)를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제품 수급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코너인 ‘쿠팡 온리(only)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300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초 1000여 개에서 200%가량 늘어났다. 하루에만 5, 6개의 새로운 상품이 추가된 셈이다.

현재 판매 중인 쿠팡의 PB 상품군은 식품 PB ‘곰곰’의 1350원짜리 쑥갓부터 유아동용 PB ‘비지엔젤’의 7만6990원짜리 놀이매트, 패션 PB ‘캐럿’의 4만 원대 롱패딩까지 사실상 모든 상품군을 아우른다. 쿠팡이 PB 매출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유통업계에선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PB 생수 ‘탐사’를 비롯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상대적으로 쿠팡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P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는 지난해 2월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로 식품 PB 시장에 발을 들인 후 약 1년 만에 50여 종의 제품으로 PB 상품군을 확대했다. 컬리스 우유는 1년 만에 약 80만 개, 지난해 5월 선보인 ‘컬리스 R15 통밀 식빵’은 약 35만 개가 판매되며 카테고리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MZ세대를 주력 소비자층으로 하는 패션 이커머스 무신사의 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6% 늘어난 1100억 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한 업계의 극심한 불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슬랙스는 1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무신사 전체 거래액 중 PB 매출만 1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 유통기업인 이마트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도 지난해 6월 산지 직송 신선식품 일부에 기존 이마트 PB가 아닌 ‘SSG 프레시’라는 레이블을 달면서 사실상 별도의 PB 전략을 펼치고 있다.

PB는 검증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유입 고객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입점 제품의 판매량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신사 PB 자회사인 위클리웨어의 이건오 대표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처음 구매한 고객의 70%는 무신사 내 다른 입점 브랜드 상품을 추가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 제조사 브랜드(NB)보다는 유통채널이 책임지는 PB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다른 브랜드의 판매 데이터까지 PB 제품개발에 활용하는 걸 막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소규모 입점 업체와 거대 이커머스 업체 간의 불공정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커머스#가성비甲#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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