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 매출 오른 가게도 똑같이 줘” 재난지원금 형평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21시 17분


코멘트
사진 동아DB
사진 동아DB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하는 김모 씨(31)는 최근 하루 매출 5000원을 찍었다. 종일 커피 한 잔을 판 것이다. 하루 30만 원을 웃돌던 매출은 방역대책으로 카페 영업이 제한된 뒤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김 씨는 곧 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만 밀린 임대료와 인건비 등 2000만 원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11일부터 카페, 식당, PC방 같은 집합제한 업종과 헬스장, 노래방 등 집합금지 업종은 매출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각각 200만 원, 3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김 씨는 “재택근무 여파로 회사가 많은 도심 식당, 카페는 아파트 인근의 배달 전문 가게보다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세 번째 지원금인데도 피해 정도나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해주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을 일반, 집합제한, 집합금지 업종에 따라 똑같은 금액으로 일괄 지급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속한 지원금 지급도 중요하지만 선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세분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헬스장 같은 대규모 집합금지 업종과 소규모 집합제한 업종 간의 지원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인천 서구에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박모 씨(43)는 “동네 이·미용실은 원래 밤 9시면 문을 닫는데도 200만 원을 받는데 운영이 금지된 대형 헬스장이나 복싱 체육관은 고작 100만 원 더 받는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이 급증하면서 매출이 늘어난 업종이나 가게들도 많은데 일괄적으로 기준을 마련했다는 불만이 많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인 ‘연매출’에 대한 논란도 크다. 편의점 등 일반 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들은 2020년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고, 연 매출 4억 원 이하면 10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담배 매출 비중이 45%인데 세금이 80%나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담배 판매로 연 매출은 4억 원이 넘지만 수익은 낮은 편의점이 많다. 매달 적자지만 지원금을 못 받는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1차 지원금 논의가 시작된 뒤 1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정부가 선별 지원, 차등 지급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화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작업이 진행돼야 추가 대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업종, 규모, 지역별로 세부적인 데이터를 준비하지 않고 허겁지겁 대책을 내놓으니 형평성 논란이 커진다”며 “지금이라도 피해가 큰 업종의 협회 등과 협조해 피해 규모를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종후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정부가 주요 피해 업종 관계자들과 긴밀한 논의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기준을 정하니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