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만 거래돼도 단지가 ‘들썩’…매물 부족이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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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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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은 적은 데 전세난 영향으로 수요 유입은 지속하다 보니, 집주인들의 ‘배짱 호가’가 상당한 것 같아요. 일단 호가를 높인 뒤 한 건만 거래되면, 다시 일제히 호가를 높이면서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 같습니다.”(서울 송파구 A공인)

서울 아파트 시장이 거래위축 속에서도 매물 부족 영향으로 호가 중심의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1.59%로, 지난해 상승률(2.91%)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월이 남은 것을 고려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2018년(13.56%)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4.22%)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약 3배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높은 집값 상승률은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은 집값의 선행지표로, 두 지표는 비례해서 나타난다. 거래가 활발해지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주춤해지면 집값도 하방압력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까지(12월16일 기준) 7만2708건으로, 거래절벽을 보인 지난해(7만4962건)보다도 2000여 건이 적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1만193건)과 비교하면 무려 3만7485건(34%)가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 반복된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지속(10만5067건→8만1389건→7만4962건→7만2708건) 감소했다.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간 수요억제 정책을 펴면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복잡한 규제가 공급까지 옥죄면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오히려 더 커졌다. 재건축 규제, 실거주 강화, 양도세 강화 등이 겹치면서, 주요 주택 공급원인 정비사업은 멈춰 섰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 6월 8만여 건 정도였으나, 6·17대책, 7·10대책, 전월세상한제 등이 잇따라 시행된 뒤 현재는 4만여 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 상승이 멈추질 않자 규제에 내성이 생긴 수요자들은 다시 매매시장에 뛰어들었고, 특히 전월세상한제 등의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자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매수 전환에 나서면서 집값은 더 올랐다.

매물이 적은 상황에서도 수요가 이어지자 매도우위에 선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였고, 단 한 건의 거래만 성사돼도 아파트 단지 전체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치솟고 집값 통계도 오르는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이 나타나게 됐다. KB 등 집값 통계의 경우 거래가 적으면 중개업소의 호가를 참고해 통계를 산정한다.

지난달 25개 자치구별 거래량을 보면 많은 곳은 400여 건, 적은 곳은 50여 건에 불과하다. 개별 동으로 보면 한 달 거래량이 한두 건이고, 단지별로는 거래가 한 건도 없는 단지도 많다.

서울 A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지난달 8억원대에 1건이 거래된 뒤,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올리면서 10억원 이상까지 뛰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거래 가능한 매물이 적은 상황에서 전세난으로 수요 유입은 지속하다 보니 한 건만 거래돼도 호가가 억 단위로 오르는 비정상적인 가격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는 집값은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거시경제 흐름이나 시장 변동성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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