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이 고가주택? 2008년 정해진 기준 아직도…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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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28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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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2020.10.6/뉴스1 © News1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2020.10.6/뉴스1 © News1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하기로 하면서 현행법상 ‘고가주택’의 기준인 9억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이제 9억원을 고가주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전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현실화율 도달 목표로 80%, 90%, 100% 등 3개 안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주택 시세와 공시가격 간 차이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고가주택의 기준인 9억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조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반해 고가주택 기준이 장기간 변동 없이 유지되면서 각종 세금 및 규제조치의 대상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고가주택 등 자산규모별 규제와 과세 정책의 변별성이 낮아지고 중저가주택, 1주택자까지도 주택 관련 세금이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래가 9억원’은 2008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보유 주택 가격이 이 기준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부과 대상이 된다. 또 규제지역에서는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축소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000만원이다. 단순하게 보면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2015년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가 5억1247만원이었는데 올해는 8억9003만원으로 급등했다”며 “이 기준으로는 웬만하면 고가주택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소외된 1주택자와 저소득(무소득) 고령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는 대폭 늘어나는 세 부담에 매각여부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등 내구재 자산 선호 경향이 고령층에게 크게 나타난다”며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하지만, 고령층의 소득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고령층이 의료비, 재산세를 내지 못해 부도가 나는 사례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산이 유동화되지 않은 고령층의 형편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도 “장기보유자, 고령자 등에 대한 종부세나 재산세 공제 등 과세 감면이 있어야 한다”며 “거래세와 달리 보유세는 매년 내야하는 것이라 고령층이나 은퇴자의 담세력(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에 따른 세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 변동이나 조세 부담에 대해서는 보호 대상에 대한 세부담 완화 조치 등이 잘 수행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고가주택 기준 상향, 중저가 1주택 장기 실거주 보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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